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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업>영화"세인트 오브 뉴욕" 맷 딜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수개월 동안 사회운동단체.무주택자 수용소.병원등지를 찾아가 작은 봉사를 하고 나서야 맷 딜런(28)은 『세인트 오브 뉴욕』을 찍을 수 있었다.
이 영화는 그래서 그가 14세때 영화에 데뷔한 이래 14세때출연한 20여편의 영화중 가장 공들인 진지한 영화의 하나가 되었다.그것은 데뷔작『한계를 뛰어 넘어(Over The Edge)』와 두 편의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감독의 영화 『아웃사이더』(83년),『럼블 피시(Rumble Fish)』(83년)에서 보인 반항아적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의 출세작인 구스 반 산트감독의 『드러그스토어 카우보이』(89년)에서도 그는 편집광적 난폭함을 보여 한 때 제임스 딘을이어 리버 피닉스.조니 뎁과 더불어 3대 반항아로 불리기도 했다.이 영화를 찍으면서 딜런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맡았던 역할중 가장 힘든 캐릭터였어요.이 영화의 등장인물은 심적으로 매우 위축되고 침체돼 있는 인물인데,연기를 충실히 하려니 나 자신 심적으로 침체되어야 했어요.본능에 따라 극중 인물에 접근하다보니 때때로 나의 정체성이 혼 동될 지경이었습니다.』 배역은 그의 화려한 이력이나 깔끔한 인상과는 너무나 다른 것이었다.한편의 출연료가 20억원이 넘는 그가 사회의가장 밑바닥 인생을 연기해 내기란 여간 어려운 숙제가 아니었을것이다.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딜런은 떠돌이들(홈리스 피플 )이신세지는 수용소 간이침대에 누워봤고,포트워싱턴의 때로 윤나는 적벽돌에 기대어 고양이처럼 햇볕을 쬐는 체험을 마다하지 않았다.그리고 그의 이런 이해,혹은 소외된 곳을 향한 손길(?)은 이 영화에 고스란히 녹아 들었다.
매튜는 수용소에서 제리(데니 글로버 扮)를 만난다.신세는 볼품없지만 아름다운 것에 대한 열망이 넘치는 매튜는 제리를 따라거리에서 자동차 유리창을 닦아주며 한두푼 벌고 돈이 모이면 야채장사를 하자는 꿈도 꾼다.그러나 그 꿈은 수용 소에 강제수용된 날 밤 매튜가 깡패에게 살해되면서 물거품이 된다.
***밑바닥 인생 경험도 “톡톡히” 필름없는 카메라로 세상을담는 매튜는 어찌보면 바보요,무능력자의 전형이다.그러나 감독 팀 헌터의 카메라는 이같이 소용없는 일을 하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닳고 닳은 군상들이 득실거리는 물질문명의 현대도시에서 인간의 원형을 지키 는 존재,즉 성자(聖者)가 아니겠는가 역설한다.
단순한 구도와 결말이 빤히 보이는 전개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잔잔한 파고를 올리는 것은 매튜와 제리 사이의 피부색.나이등 운명적 차이점을 사랑.우정이란 인간의 노력으로 극복해가는,그리고 이 구조속에 세상의 모든 잘난 것들이 포용 된다는 평범하면서도 강력한 메시지 때문일 것이다.
〈李揆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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