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기업의대북투자전략>5.끝 한일그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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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일그룹(회장 金重源)은 대우.삼성 등과 더불어 북한 조기진출이 가장 유력시되는 그룹기업으로 꼽힌다.
그룹의 주력업종이 경제협력 가능성이 높은 섬유.신발인데다 이미 92년부터 북한과 임가공교역을 해 오면서 북한거래회사들과 국내 어느 기업보다 두터운 신뢰관계를 맺어 온 것으로 알려졌기때문이다.
특히 그룹의 대북(對北)경협창구인 한일합섬을 중심으로 그동안중국 등 제3국에서 북한무역회사들과 민간차원의 접촉을 계속해 왔다. 회사관계자는 『최근 이들 북한기업과 북한에 방적.스웨터.신발공장을 세우는 기본적인 합의를 끝냈다』고 말했다.물론 투자보장 등 남북 정부사이에 경협에 관한 구체적 합의가 이뤄진 다음이라는 전제조건이 붙어 있기는 하다.이 때문인지 한 일그룹은 다른 기업들처럼 북한의 방북초청장을 새로 받을 필요 없이 임가공교역을 늘려 나가면서 때를 기다리겠다는 느긋한 자세다.
한일그룹이 구상하고 있는 북한투자는 장기적으로 현지에 그룹전용의 섬유.신발공단을 만든다는 것이다.대상지로는 평양근교를 가장 선호하고 있지만 북한당국이 개방을 꺼릴 경우 차선의 지역으로 노동력이 풍부한 남포 등도 고려할 생각이다.
계열사인 한일합섬이 진출하게 될 섬유공단에는 원사에서 의류까지 각종 화섬제품을 한 곳에서 생산할 수 있는 일괄 생산공정을갖춘다는 구상이다.
국제상사는 섬유공단근처에 고유브랜드의 각종 신발을 만드는 신발공장을 만들어 중.저가 제품을 생산해 국내외에 팔 생각이다.
북한이 프로스펙스 등 외국어식 상표를 꺼릴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과거에 달았던「왕자」등 순수한글 상표를 붙 여 생산하는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북한이 원하면 관련기술자를 교육시키는 등 기술이전에도 나설 준비가 돼 있다.회사관계자는 또 『장기적으로 북한을 생산기지화하기 위해 신발단지 안에는 신발연구소 등 관련 연구기관을 유치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한일합섬의 대북 실무자인 백의현(白義鉉)과장은 『북한에서 임가공한 제품은 일부를 제외하면최상급 수준』이라며 『특히 작업지시서에 충실하려는 북한회사의 성실성은 동남아의 다른 국가들과 비교가 안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회사와 거래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자존심을 존중하는 자세』라면서 거래관계를 성공적으로 유지하는 나름대로의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林峯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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