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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대항마’ 현대 제네시스 타보니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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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 24면

제네시스는 현대자동차가 프리미엄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첫 차다. 그만큼 자존심을 걸고 만들었다. “BMW·벤츠와 붙어 보겠다”고 공언할 정도다. 수입차의 시장 잠식을 “최근 판매가 늘고 있는 프리미엄 수입차 시장을 방어하겠다”는 목표다.

편안함 강조 … BMW보다 렉서스에 가까워

그런 자신감의 표현일까. 현대차는 5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제네시스 비교 시승회’에서 비교 차종으로 BMW 530i와 벤츠 E350을 택했다. 다른 수입차도 아니고 벤츠와 BMW를 택하다니, 일종의 모험이다. 차에 오르기 전 회사 측은 한 가지 당부를 덧붙였다. ‘선입견을 최대한 배제해 달라’는 것.

객관적 제원 수치만 비교해 보면 제네시스는 경쟁 차종에 뒤지지 않는다. V6 3.8ℓ엔진은 최고 출력 290마력, 최대토크 36.5㎏·m로 다른 차를 앞선다. 연비·소음 면에서도 한 수 위다. 길이나 폭도 약간 더 크다. 그동안 국내차에서는 볼 수 없었던 첨단기술도 달았다. 차의 회전 방향에 따라 움직이는 전조등, 앞차와의 거리를 감지해 속도를 조정하는 제어시스템이 그것이다. 롤스로이스에 장착되는 하만베커사의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도 채용했다.

이날 처음 공개된 외관은 4월 뉴욕모터쇼에서 공개됐던 컨셉트카보다 무난해졌다. 날렵한 곡선은 줄이고 직선을 살렸다. ‘스포츠세단’이라고 하기엔 다소 둔해 보이기도 한다. 역동적인 컨셉트카의 디자인이 좋은 평가를 받았던 걸 생각하면 아쉬움이 든다.

운전석에 올랐다. 검은색 바탕의 대시보드에 갈색 가죽을 덧대 고급스러움을 한껏 살렸다. 작은 통풍 구멍이 뚫린 가죽 시트가 멋스럽다. 모젠 내비게이션·DVD·오디오 등은 조그셔틀 하나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다. 오디오를 포함해 내부 인테리어만 봐서는 수입차와 비교해 손색이 없다.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엔진음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주변에서 “렉서스 같다”는 수군거림이 나왔다. 고속주행시험장에서 시속 200㎞로 달리는데도 옆 사람과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조용했다. 시속 120㎞가 넘으면 차의 높이가 자동으로 15㎜ 내려가는데, 지면에 딱 붙는 듯한 안정감을 준다.
 
지그재그로 운전하는 슬라럼과 시속 80㎞ 속도로 장애물을 피하는 VDC(차체자세제어) 체험을 했다. 핸들링과 가속페달이 날카롭게 반응하는 BMW530i, 벤츠E350과는 달리 제네시스는 반 템포 늦게, 부드럽게 움직였다. 운전의 재미는 떨어지지만 편안하다는 느낌을 줬다. “가족이 함께 타는 차라는 점과 부드러운 걸 좋아하는 한국 소비자들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초. 국내차 중에서는 가장 빠르고 경쟁 수입차와도 비슷했다. 무엇보다 값이 절반이라는 게 포인트다. 3.3ℓ는 4000만원대 중반, 3.8ℓ 고급 사양이 5000만원대 중반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시스는 굳이 따지자면 독일차보다는 일본차에 가깝다. 딱딱하면서도 날카로운 유럽차 스타일을 선호하는 고객이라면 제네시스는 그저 그런 재미없는 차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인테리어나 승차감을 중시하는 고객이라면 가격 대비 만족도라는 면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 몇몇 수입차 브랜드들은 긴장해야 할 것이다. 다만 문제는 현대차가 ‘선입견’이라고 말하는 브랜드 이미지다. 제네시스에 별도의 엠블럼을 사용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음달 8일 출시를 앞두고 현대차가 어떤 마케팅 전략을 사용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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