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찾아 삼만리 … 수익으로 돌아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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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 23면

슈로더투신운용 ‘브릭스 펀드’

올해를 빛낸 ‘펀드 5총사’가 투자자 께 드리는 편지

차이나 모바일(중국)·페트로 브라스(브라질)·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인도)·가스프롬(러시아)….

이런 기업들을 아시는지요. 제 허리춤의 투자장부엔 이런 회사 이름이 줄줄이 적혀 있습니다. 성장 호르몬을 꾹꾹 눌러 맞고 잘나가는, 브릭스(BRICs) 국가의 우량아들이
죠.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먼삭스가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을 보고 ‘브릭스 보고서’를 내놓은 게 2003년 여름입니다. 이 나라들이 30년 안에 세계 경제판을 주도할 것으로 봤지요.

그 현실적 예언은 슬슬 맞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둥지를 튼 슈로더투신운용은 2005년 가을에 브릭스에 투자하는 상품을 내놓았고요.

한데 한국에선 그동안 잡초 취급을 받았습니다. 사실상 올해는 저와 친구들처럼 역내에 설정된 펀드에 세금을 물리지 않기로 하면서 ‘해외 펀드 원년’으로 불릴 만큼 이런저런 펀드가 봇물을 이뤘지요. 하지만 중국 펀드의 화려한 성적에 눌려 힘 못 쓴 펀드가 수두룩했습니다.

그런데 가을부터 상하이·홍콩 증시가 너무 오른 데다 세게 조정까지 받자 덜컥 겁을 내는 투자자가 많아졌습니다.

그때 4개국에 나눠서 살림을 차리는 브릭스 펀드가 눈에 들어온 거죠. 무엇보다 중국 증시가 힘에 부쳐 허덕일 때 인도 증시가 원기를 회복했죠. 이와 함께 자원 대국인 러시아와 브라질은 큰 굴곡 없이 비탈길을 잘 올라갔어요.

뒤늦은 바람은 대단해서 한 달에 1조원 넘는 돈이 밀려들기도 했습니다. 지금 슈로더 브릭스 펀드의 설정액은 총 3조8000억원이랍니다. 올 들어 3조원이 불었어요.
이렇게 키가 훌쩍 큰 데엔 200년 넘은 슈로더의 명성과 관록도 한몫했지요. 예컨대 종목을 고를 땐 홍콩 리서치 본부에서 애널리스트 30여 명의 도움을 받아 런던·싱가포르 등지에서 넓은 안목으로 최종 선택을 합니다.

지금 국가별로는 중국과 브라질에 30% 안팎씩 투자하고 러시아에 20%, 인도에 10% 정도를 넣고 있어요. 업종별로 투자 보따리는 에너지·금융·통신서비스에 많이 투자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좋았지만 내년은 어떨까요. 브릭스 펀드가 2008년에도 마냥 좋을 순 없다는 지적이 있다는 걸 잘 압니다. 최근 몇 년간 풍악이 울렸지만, 선진국을 시작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대면 브릭스도 풍비박산이 날 수밖에 없다는 거지요.

뒤늦게 들어온 투자자라면 더욱 걱정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발을 담그려는 이들도 그렇고요. 이런 투자자들은 아직도 수두룩한데 11월에 해외 펀드로 들어온 3조3000억원 중에서 2조7000억원이 브릭스 펀드로 쏠린 자금이었습니다.

마침 슈로더 브릭스 펀드의 한국 내 책임자는 ‘거품과 투기 분석’에 일가견이 있는 장득수(46) 전무입니다. 올해 여러 나라 증시가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거품 논란을 일으켰다는 걸 잘 아는 사람이지요.

그런데 그의 시각은 묘하게도 낙관적입니다. “내년 선진국 성장에 한계를 느끼는 건 맞다. 브릭스 국가도 독야청청할 순 없겠지만 자원·내수시장을 볼 때 자체 성장기반을 무시할 수도 없다”고 말입니다.

다만 그는 2003년부터 꾸준히 주가가 올랐기에 브릭스 펀드도 내년에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을 수 있지만 흔들리지 말고 적립식으로 장기 투자할 것을 권유했습니다.

내년에 닥칠지 모를 위험을 더 쪼개고 싶은 투자자라면 살림집을 더 늘린 상품들도 대안이 될 만합니다. 브릭스 4개국에 동유럽·남미로 투자를 확대한 ‘브릭스 플러스 펀드(신한BNP)’나 브릭스·한국·남아공을 뭉친 ‘그레이트 이머징 펀드(한국운용)’가 그들입니다.

물론 해외 신흥시장에만 자산 모두를 넣는 것은 금물입니다. 해외 펀드를 파는 게 주 업무인 장 전무도 국내 인덱스 펀드(40%)와 중소형주 펀드(30%), 해외 펀드(30%)에 분산 투자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할 정도니까요.

미래에셋 ‘차이나솔로몬 펀드’

저는 2006년 3월에 태어났습니다. 아직 두 돌도 안 됐죠. 제가 태어날 때만 해도 주변 사람들은 “언제 커서 머리 노란 친구들과 경쟁해 이길 수 있겠느냐”고 걱정했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노란 머리 친구들은 해외에서 뛴 경험이 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죠. 피델리티·슈로더·프랭클린 템플턴 등의 친구들은 세계 어딜 가도 알아줍니다. 그러나 제 이름은 낯설기만 했죠.

저는 남들과 같은 방법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요. 추월하려면 차선을 바꿔야 하는 것과 같죠. 저를 키운 분들은 열심히 중국 대륙을 누비고 다녔죠. 노란 머리 친구들은 보통 교과서만 열심히 파고듭니다. 누추한 중국의 공장을 찾는 노란 머리 펀드매니저는 드물어요. 그러나 저를 움직이는 분은 직접 공장과 사무실에 들러 현장을 확인했답니다.

그래서 얻은 저의 1년 성적은 113%입니다. 역내 해외펀드 중 2등을 한 친구가 동부차이나주식인데, 이 친구의 성적은 90%입니다. 이 친구도 잘했지만 저보다는 좀 처지죠. 또 노란 머리 친구들이 굴리는 역외 해외펀드 중에서 가장 잘했다는 피델리티의 차이나포커스펀드가 89%의 성적을 올렸어요. 의외죠. 저 자신도 이렇게 좋은 성적을 냈다는 게 놀랍기만 해요. 그만큼 열심히 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생겼나 봐요. 이제 “해외 투자경험이 없는 한국 운용사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떨쳐버렸다고 자부합니다.

제가 한국 출신이 아니라면 중국에서 그렇게 잘할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10~20년 전에 지금 중국이 걷고 있는 길을 걸었습니다. 게다가 중국이 요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조선·철강·자동차 등의 중후장대형 산업을 우리가 먼저 해본 경험이 있어요. 반면 노란 머리 친구 중에는 자기 안방에 그런 산업을 보유하지 못한 경우가 많죠. 비록 제가 늦게 태어났지만, 저의 유전인자 속에는 그런 산업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돈 되는 종목에 대한 후각이 녹아 있는 셈이죠. 미래에셋 구재상 사장은 “한국과 중국의 산업구조가 비슷해 중국 기업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또 우리는 과거 1970∼80년대에 지금 중국과 같은 고도성장을 경험했죠. 그럴 때는 성장성이 돋보이는 회사가 최고란 사실을 잘 알고 있어요. 현재의 가치보다는 꿈을 보고 투자했죠. 제가 주목한 산업은 에너지와 통신, 소재 산업입니다. 고도성장기에 폭발적인 수요가 있는 영역이죠.

저는 중국 경제를 믿습니다. 남들은 내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 주식이 혼쭐날 것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중국의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봅니다. 저를 직접 운용하는 리총 수석펀드매니저는 “투기적 유동성이 줄어들고 양질의 투자자들이 중국 주식시장을 점차 메워갈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중국 주가가 지금처럼 급등락하는 경우가 줄어들고 안정적인 흐름으로 바뀔 것이란 뜻이죠. 그는 또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이 세계적으로 더 커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중국 경제의 성장에 대한 그의 믿음은 반석과도 같아요. 중국은 앞으로 수년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입니다. 중국 수출품들이 고부가가치 상품 쪽으로 이동하고 있고,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내수 성장도 생각보다 빨라질 것입니다. 요즘 잠시 중국 증시가 조정을 받는다고 해서 저를 외면하는 분들도 있는데, 좀 더 호흡을 길게 갖고 저를 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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