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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전화 설비비 반환결정 여파-일반전화도 반환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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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70년대 중반 적자에 허덕이던 美디즈니랜드는 요금제도를 바꿔수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놀이시설을 이용한 만큼 요금받는 방식을 놀이요금은 약간 싸게 하고,입장료를 새로 받음으로써 수입을 크게 올린 것이다.디즈니랜드는 당시 일본계 미국인 장님 경제학자 월터 오이가 내놓은 「디즈니랜드 딜레마」라는 논문에 근거,결국 입장객으로부터 더 많은 돈을 받아낼 수 있었다.오이의논문은 독점적 위치에 있는 사업자인 디즈니랜드는 「입장료」라는이름의 새로운 이용료를 받아 수 지를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우리나라의 전화 설비비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논란도 디즈니랜드의 입장료와 비슷한 맥락이다.
전화 가입자들은 한국통신의 일반전화망에 가입할 때 20만원 정도,한국이동통신의 이동전화망에 가입하면 65만원을 설비비 명목으로 낸다.이 돈은 전화망에서 탈퇴하면 반환받을 수 있다.
물론 이와 별도로 월기본료와 사용요금도 지불한다.
한국통신에는 현재 3조6천억여원,한국이동통신에는 5천6백17억원 정도가 각각 일반전화 설비비와 이동전화 설비비 명목으로 걷혀있다.
체신부는 최근 행정쇄신위원회(위원장 朴東緖)의 건의를 받아들여 이중 이동전화 설비비를 96년초 폐지키로 했다.
그러나 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행쇄위와 체신부간에 적잖은 의견충돌이 있었고 양측의 견해는 앞으로 전화설비비의 운용과 반환문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내용들로 지적되고 있다.
행쇄위는 앞으로 남은 절차를 체신부에 일임키로 했지만 『폐지를 전제로 한다면 올 7월부터 내년말까지의 설비비에 대해서 이자를 지급하든지공공기금화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문했었다.
이에대해 체신부는 『현행 전화요금에는 설비비 운용부분이 반영되고 있으니 요금을 조정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겠다』고 맞섰다.그러나 한국이동통신의 설비비 폐지가 우리 생활에 미칠 파장과논쟁은 두가지 측면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하나는 설비비가 폐지되는 대신 기본료와 사용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다음으로는 한국이동통신이 받는 이동전화 설비비는 반환하면서 한국통신이 받는 일반전화 설비비는 그대로 놔둬야 하는가라는 지적이다.설비비란 초기통신망투자가 시급하나 재원이 부족해 「사용자부담의 원칙」으로 일반가입자가 부담하는 일종의 초기가입요금이다.사업자가 가입자에게 빌려쓴 형태여서 가입자는 이자만큼 사업자에게 돈을 지불하는 셈이다.
『폐지를 전제로 한다면 이자만큼 가입자에게 돌려주라』는 행쇄위 인명진(印名鎭)위원의 주장은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이에비해 체신부와 한국이동통신측은 『우리나라의 이동통신요금은 설비비 덕분에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주장한다.설비 비가 폐지되면그만큼 요금이 올라야할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시장경제원리에서 보면 설비비는 독점사업자만이 받을 수있는 특이한 요금이다.디즈니랜드가 입장료를 신설할 수 있었던 것도 독점적 지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설비비제도는 이동통신시장에 제2사업자인 신세기통신이 진입하면한국이동통신이나 체신부가 좋든싫든 시장원리에 의해 어쩔수 없이폐지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그 시점이 바로 96년초다.
이점을 고려한다면 96년 이후 경쟁구조하에서 월기본료나 사용요금을 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이동통신과 같이 수요가 공급을 훨씬 웃도는 서비스에 적용되는 설비비제도가 신규수요가 별로 없는 일반전화에서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하는가는 의문이라고 지적,오히려 일반전화 설비비를 폐지해야할 필요성이 더 크다고 지적한다.김 성천(金聖天)소비자보호원 선임연구원은 『종전의 통신서비스는 정부대 국민의관계에서 이뤄졌지만 지금은 사업자대 고객의 관계에서 봐야 한다』고 말하고 전화 설비비의 폐지.반환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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