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장비마저 패션으로 완성하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9호 31면

꽤 오랫동안 MTB를 탔다. 산과 들을 쏘다니고 도심의 거리까지 누비는 즐거움은 해본 사람만 안다. 자전거는 취미와 운동을 위한 나의 친구다. 안장 위에서 바라본 세상은 정확하게 페달을 밟은 만큼 앞으로 나아갔고 멈추면 쓰러졌다. 얼굴에 스치는 바람과 감응하는 일은 자전거 타기의 진면목이다.

윤광준의 생활 명품 이야기-MET 헬멧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몸에 착 달라붙는 옷과 헬멧을 쓰고 거리를 질주하는 MTB 인구가 많이 늘었다. 자전거 타기가 재미없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크고 작은 사고도 함께 따른다. 재미와 위험은 동전의 양면처럼 항상 붙어다니니까.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은 자전거 타기라 해서 예외가 아니다. 재미에 가려진 위험은 생각보다 크다. 안전은 스스로 지킬 때 보장되는 법이다. 무릎보호대나 헬멧 착용을 우습게 아는 사람이 많다. 이는 능숙한 기량을 갖추지 못한 ‘초짜’들의 특징이다. 경력이 많은 사람일수록 외려 더 철저하게 위험에 대비한다. 사고는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체험의 실천이다.

헬멧을 쓰지 않아 큰 부상을 당한 적이 있다. 갑자기 돌진하는 자동차를 피하려다 쓰러져 도로 연석에 머리를 부딪친 사고다. 자칫 뇌 손상으로 이어질 만한 위험한 순간이었다. ‘사람 머리는 돌보다 무르다’란 사실을 온몸으로 깨달았다. 내게 사고가 생길 리 없다는 자만심과 쑥스럽고 거추장스럽다는 이유로 있는 헬멧도 쓰지 않고 자전거를 탄 게 화근이었다.

헬멧만 썼더라면 이 정도 충격은 툴툴 털고 일어났을 텐데…. 머리의 상처가 아물고 뒤늦게 안전장비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 셈이다. 세상사 많은 일은 직접 닥쳐봐야 비로소 대응의 구체적인 방법을 찾게 된다.

좀 더 기능적이고 멋진 헬멧으로 이탈리아의 MET를 선택했다. 이 동네 최고의 물건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MET 제품은 인간의 생명 보호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다.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헬멧에는 실제 사용 경험의 반영과 첨단 과학기술의 응용이 담겨 있다. 안전의 아름다운 완성, 그것이 바로 MET의 모습이다.

각기 다른 두상의 형태에 맞도록 정교하게 조절되는 유니버설 조인트 밴드는 MET만의 특허다. 머리와 헬멧을 자연스럽게 밀착시켜 충격을 최소화시키는 중요한 부분이다. 헬멧 전면에 뚫린 구멍과 이어진 홈은 공기의 흐름을 유도해 뒤쪽 분사장치로 배출시킨다. 열기를 빠르게 식히기 위한 유체공학의 응용이다. 헬멧을 쓰면 맨머리보다 더 시원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안전성을 강조해 자칫 투박해지기 쉬운 디자인은 날렵한 형태로 다듬었다. 헬멧을 쓰면 이상하게 보인다는 사람들의 심리가 있다. 이들이 함구하도록 만든 미적 감각 넘치는 형태의 다양성과 색깔을 입힌 센스는 일품이다. 이탈리아 디자인의 저력과 기능의 절묘한 조화로 안전장비마저 패션화시켰다고나 할까.

MET 헬멧과 함께하는 자전거 타기는 든든한 보디가드를 둔 듯 안도감을 준다. 이젠 화려한 방어용 무기가 어색하지 않다. 자전거 타기 또한 나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좋은 방법이므로.


윤광준씨는 사진가이자 오디오평론가로 활동하면서 체험과 취향에 관한 지식을 새로운 스타일의 예술 에세이로 바꿔 이름난 명품 마니아입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