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을되살리자>4.보존의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서울시는 외인아파트 발파.해체를 91년부터 펼치고 있는 「남산 제모습찾기」사업의 하이라이트로 자평하면서 외인아파트를 비롯한 각종 시설물 이전부지를 공원으로 가꾸는 사업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 이같은 남산 개발.보존정책은 남산 제모습찾기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남산주변의 고층 건물들이 남산을 에워싸고 있는한 외인아파트 철거만으로는 전시효과에 그치게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외인아파트와 함께 남산경관을 가로막고 있는 대표적인 건물은 22층 하얏트호텔,서쪽 능선에 솟은 23층 힐튼호텔,동쪽 산기슭의 타워호텔.호텔신라 등이다.
그러나 이들 호텔부지는 공원용지에 해당되지 않아 철거대상에서제외되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철거또한 불가능한 실정이다.
남산 정상에 버티고 있는 높이 2백36m,연면적 1만2천1백38평방m의 서울타워와 북쪽 능선의 대표적 녹지잠식시설인 숭의학원.리라학원등도 장기적으로 철거대상에 포함해야할 시설물들이다. 지난 91년 서울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66%의 응답자가다른 장소로 이전하든지 없애야 할 시설물로 케이블카와 남산시립도서관.서울과학교육원.자유센터등을 꼽았다.
최근들어 남산보존대책으로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는 주장은 녹지축의 회복.서울시는 수방사 이전부지에 전통한옥촌과 전통정원을 조성하고,외인아파트및 외인주택 철거부지에는 체력단련장.전망대.
식물전시장등을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남산 개 발계획을 수립해놓고 있다.
그러나 환경및 도시계획전문가들은 『개발로 피폐된 남산의 가장완벽한 보존방법은 녹지회복뿐』이라며 서울시의 개발계획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산에서 시작,창경궁.창덕궁등 북쪽의 고궁을 거쳐 남산에서관악산으로 연결되는 공원녹지축을 되살려 수목이 우거지고 동물들이 뛰노는 남산을 만드는 것만이 남산을 올바로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심지어 푸른 서울의 상징으로 남산을 거듭 태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현재 20%에 불과한 소나무 숲 면적을 최소한 50%이상으로 늘려야 하고 대기오염으로 병들어가는 생태계보호를 위해 시커먼 매연을 내뿜는 차량행렬이 줄 을 잇는 소파길.장충단길.소월길등 남산 능선을 따라 개설된 도로들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지 않는한 인구집중을 유발시키는 어설픈 개발은 또다른 자연훼손을 자초한다는 것이다.
〈李哲熙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