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한 內戰 크로아로 확산-나토,우드비나공항공습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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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크로아티아내 세르비아계 영내의 우드비나 군용공항에 대한 나토의 공습으로 유고내전이 확전(擴戰)의 기로에 섰다.
나토 창설 이래 최대규모인 이날 공습으로 지난 92년 4월 보스니아내전 발발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던 전쟁이 크로아티아 지역으로 다시 확대되는 양상이다.
세르비아계는 이번 공습으로 기가 죽기는 커녕 유엔보호지역인 비하치와 수도 사라예보에 대한 공격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보스니아에 주둔중인 유엔보호군을 인질로 잡는등 물러설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나토의 이번 공습은 지난 주말 유엔 안보리의 공습허용 결의와현지에 주둔중인 유엔보호군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
즉 최근 크라이나에 대해 네이팜탄까지 동원해 비인도적 공습을자행한 세르비아계 전투기의 발진기지인 우드비나공항만을 무력화(無力化)하기 위한 제한적 개념의 공습이었다.
그러나 보스니아문제로 현재 나토가 심각한 알력을 보이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번 공습은 나토 회원국간의 단결을 의도적으로 과시한 측면도 있다.
나토내의 알력은 미국이 최근 일방적으로 보스니아에 대한 무기금수(禁輸)통제를 파기,사실상의 무기금수해제조치를 취하면서 비롯됐다. 보스니아문제의 평화적 해결노력 포기로 간주되는 이같은미국의 일방적 조치에 영국과 프랑스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보스니아에 무기를 공급해 이이제이(以夷制夷)하겠다는 구상에 앞서 먼저 보스니아에 파견된 유엔보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영국과 프랑스는 보스니아지역에 자국(自國)군대를 가장 많이 파견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보스니아에 대한 미국과 英.佛의 기본적인 시각차는 이번 공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평행선을 긋고 있다.
21일 첫 대면한 빌리 클라스 신임 나토사무총장과 빌 클린턴미국대통령도 이 문제를 중점 논의했으나 英.佛과 미국측의 견해차는 여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나토가 이날 공습을 감행했다고는 하지만 이는 보스니아내전의 종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또한 나토내의 이견 및 유럽국가들과 미국간에 보이고 있는 갈등은 냉전체제 붕괴후 아직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한 채로 있는나토의 위상을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
[베를린=劉載植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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