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외인아파트 철거-"남산이 다시 웃었다" 환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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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폭파 2시간전인 20일 오후 1시쯤부터 남산순환도로 한남로일대로 몰려들기 시작한 수만여명의 시민들은 3시정각 남산을 가리고 있던 아파트가 굉음을 내며 일시에 무너져 내리자 일제히환호성을 지르며 시원하다는 반응들.
자녀들과 함께 단국대 앞에서 지켜보던 손세정(孫世珽.41)씨는『매일 한남대교를 건너 출퇴근하다보면 외인아파트에 가린 남산이 답답해 보였는데 죽었던 남산이 되살아난 것같다』며 기뻐했다. 시민들은 이날 대부분 사진기와 무비카메라를 들고 나와 폭파장면을 경쟁적으로 찍어대 기자들의 취재경쟁을 무색케 할 정도.
○…발파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하얏트호텔은 앞에 널따랗게 경사진 광장이 있어 야구장 스탠드처럼 시민들이 운집.
폭파 1시간전에 이미 호텔앞 광장이 인파로 가득 들어차자 호텔입구 커피숍 등은 아예 문을 닫아걸기도했다.
강남쪽으로는 폭파장면을 직접 눈으로 보고 촬영하기 위해 몰려든 지방차량들이 논현네거리까지 늘어서는 바람에 1시간여 동안 주차장을 방불케하는 교통체증을 빚었다.
○…당초 2개동의 아파트를 동시에 폭파해체하려던 계획이 빗나가 1개동만 먼저 무너져내리자 발파대주변의 서울시관계자들은 한때 『실패가 아니냐』며 당황해 이리저리 뛰는 모습.
코오롱건설 관계자는 취재진에 대해 『계획을 바꿔 차례로 폭파키로 했다』고 해명했으나 4분후 나머지 동까지 폭파를 마친 기술진이 『한쪽 폭파기의 전압이 방전돼 재충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
특히 구돈회(具惇會)종합건설본부장을 비롯한 서울시관계자들은 한쪽만 무너져 내리자 『때가 때인지라 십년감수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성공적으로 끝난 외인아파트 폭파해체를 진두지휘한 코오롱건설의 석학진(石學鎭.56)사장이 지난 5개월동안 하루도 거르지않고 무사를 비는 새벽기도를 해온 사실이 밝혀져 화제.
서울강남구압구정동 소망교회 집사이기도 한 石사장은 외인아파트폭파를 맡게된 6월중순부터 부인과 함께 매일 새벽 4시40분쯤집을 나서 새벽기도를 해왔다는 것.
石사장은 이날 발파대에서 버튼을 누르고 난후 『워낙 시민관심이 큰데다 준비기간중에 대형사고가 잇따라 터져 그간 심리적 부담이 컸다』며 오전에 종암동 육교붕괴로 더 마음을 졸였다고 토로. 〈鄭基煥.李啓榮.申容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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