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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업계 해외기업 인수 본격화-업체별 인수현황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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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내기업들이 나라밖의 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해외 기업 인수가 올들어 부쩍 많아지고 있는 것.연초 현대전자가 미국 하드 디스크드라이브(컴퓨터부품)업체인 맥스터를 인수한 것을 비롯,올해만도 10건을 넘어 섰다.해외기업 인수가 이젠 우리 기업활동의 일부로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기업들의 해외기업인수 특징과 배경,앞으로의 전망등에 대해 살펴 본다.
[편집자註] 지난 10일 현대전자는 미국 뉴욕에서 AT&T GIS社의 非메모리 반도체사업 인수계약을 체결했다.인수금액은 무려 3억달러.우리 기업들의 해외기업인수 역사상 최고 기록을 장식했다.
이 일의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현대전자가 이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최대경쟁자는 외국회사가 아니라 바로 삼성전자였다』고 밝힌다.
이젠 외국회사 인수에 국내회사들이 경합할 정도로 우리기업활동의 영역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국경없는 경제전쟁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우리 기업의 해외기업인수및 자본참여는 86년에 시작된 것으로본다.대우중공업이 미국 반도체 설계회사인 자이모스社를 1천3백만달러에 인수한 것이 첫 사례다.
몇년 후인 89년 삼미특수강이 캐나다 아틀라스철강을 2억2천만달러라는 큰 돈으로 사들여 화제를 모았다.
이어서 크고 작은 해외기업인수가 잇따라 삼성.대우.한화등 대기업은 물론 서통.태일정밀.영풍등 중소업체들도 해외기업인수에 눈을 돌릴 정도다.
***現地 생산거점 마련 ***인수유형 해외기업 인수및 자본참여 목적은 그 형태에 따라 대개 네가지로 나뉜다.▲선진 첨단기술 확보▲유명브랜드 확보▲원.부자재의 안정적 공급▲현지 생산거점마련등이 그것이다.실제 인수.자본참여 배경으로는 이들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주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이처럼 나눌 수 있다.먼저 선진 첨단기술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금성사는 고화질TV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91년 미국 제니스에 5%의 지분참여를 했다.기업을 인수,직접 경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술 확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케이스다.
현재 금성사는 제니스와 고화질TV 브라운관을 공동 개발중이다. 이밖에 삼성전자의 HMS인수,현대전자의 AT&T GIS社의非메모리 반도체 사업인수등도 모두 이 경우에 속한다.
두번째는 지명도 높은 상표권 획득을 겨냥한 케이스.삼성전자가올해 일본 LUX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회사의「럭스만」브랜드를 활용함으로써 삼성전자는 오디오제품의 세계적 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삼익악기가 세계적 전자기타회사인 밸리아트를 인수한 것도「밸리아트」라는 브랜드로 고급제품을 내놓기 위한 것이었다.
원.부자재의 안정적 공급을 겨냥한 경우는 삼미특수강이 특수강원자재인 핫코일을 생산하는 캐나다 아틀라스철강을 89년 인수한것이 대표적이다.
또 신호제지가 제지 원료인 펄프를 생산하는 舊동독의 로젠탈 펄프를 올해 인수한 것도 이에 해당된다.
이와 관련,삼미특수강 관계자는『창원의 특수강 공장이 매년 3만t의 핫코일을 아틀라스로부터 싼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어 가격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네번째 유형인 현지 생산거점 마련 사례로는 삼성전관과 삼성코닝이 舊동독의 브라운관 제조업체인 WF와 브라운관 유리벌브 공장 FGT를 각각 92,94년에 인수한 것을 꼽을 수 있다.유럽연합(EU)출범에 대비해 현지보호무역장벽에 대처 한다는 것이이 공장 인수의 최대 이유였다.
***경영 風土등 분석을 ***인수得失 해외기업인수 성적표는 아직까진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아직 역사가 짧은 탓도 있지만 부적절한 인수로 돈만 허비한 사례는 크게 발생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그러나 해외인수기업이 항상 효자노릇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삼미특수강이 89년 인수한 아틀라스철강은 인수후 세계 철강경기 하락으로 적자행진을 계속해 큰 골칫거리였다.국내 영업이 잘안돼 가뜩이나 자금사정이 안좋은 판에 거금을 들여 인수한 해외기업마저 적자행진을 보여 아틀라스철강은 삼미그룹 의 자금난 주범으로까지 지목받았다.다행히 작년부터 현지 철강수요가 회복되면서 아틀라스철강은 올해 흑자전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해외기업인수는 합작투자나 현지법인을 새로 세우는 것등에 비해 장점이많은 반면 주의해야 할 점도 많다.
현지 경영풍토나 근로자성향등을 사전에 철저히 알고 시작해야 한다. ***인수대상국가 확대 ***전 망 지금까지 국내 기업의 해외기업인수및 자본참여 사례를 보면 70%가량이 미국업체였다.미국이 전세계에서 기업매수.합병에 가장 적극적일 뿐만 아니라 선진기술이나 유명상표 확보.현지 생산거점마련등 모든 측면에서 인수자등에게 좋은 조건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들어 일본 업체를 비롯,호주.독일등으로 대상국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국내 기업들의 해외기업인수및 자본참여는 점점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그 수도 증가할 것이 확실시된다. 해외기업의 성공적 인수.운영이 기업경영성적을 좌우하는 요소로까지 발전할 것 같다.
〈車鎭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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