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린북스>"숲속 호수에서"(INTHE LAKE OF THE WOOD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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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작품을 즐겨 쓰는 작가의 네번째 소설.
이 작품도 지난 68년 베트남의 미라이에서 미군이 무고한 베트남인 3백40여명을 무차별 살해한 사건을 주제로 한 것이다.전쟁의 와중에서 영원히 묻힐뻔했던 이 사건은 몇년 뒤에 알려져 세계를 경악케 했다.
주인공 존 웨이드는 미네소타주에서 정치에 몇년 몸담은 뒤 연방상원의원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다.그 선거전은 웨이드 본인에게도 고통이었지만 남편의 정치적 야심 때문에 아기도 갖지 않았던 부인에게도 참기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정치 앞날이 밝게만 보였던 웨이드에게 선거운동 막바지에 느닷없이 베트남전 망령이 찾아든다.미라이 대학살때 웨이드도 현장을지켜 보았다는 사실이 폭로되었던 것이다.부인에게도 입을 다물었던 절대비밀이 정적의 입을 통해 터져 나오면서 웨이드의 정치생명도 끝나버린다.
그후 웨이드와 부인은 미네소타의 작은 호수마을을 찾아 통나무집에 머문다.그는 자신의 추한 비밀이 폭로되지 않도록 온갖 노력을 기울이긴 했지만 만의 하나 비밀이 만천하에 드러날 경우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대비를 하지 못했다.그런 가 운데 그의 부인이 호수에서 보트를 타고 섬사이로 사라지고 만다.
부인 수색작업을 벌이면서도 웨이드는 전쟁의 악령에 끈질기게 시달린다.다른 군인들이 미친듯이 사람을 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침묵을 지켰다고 해서 그것도 죄가 되는가라는 의문도 생긴다. 오브라이언은 자기처럼 미라이 현장을 지켜봤던 사람들이 악몽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관심을 쏟았다면서 『미라이 양민대학살같은 사건은 빈번하게 논의되면 될수록 그만큼 인류에 유익하다』고 밝히고 있다.〈Tim O'Brien지음.Hough ton Mifflin刊.3백6쪽.$21.95〉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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