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말 안기부에 1500억 괴자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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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안풍(安風)사건으로 기소된 강삼재 의원은 16일 "94년 말과 95년 말 안기부 계좌에 약 2천억원과 1천5백억원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자금이 남아 있었다"며 '안기부 괴자금'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이었던 姜의원은 2001년 1월 안풍사건이 불거진 이래 3년여의 은둔생활 중 처음으로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안풍이란 96년 총선 때 신한국당 선거자금으로 안기부 예산이 유용됐다는 의혹을 말한다.

姜의원은 "최근 나의 변호인단이 국민은행과 대투.한투 등 금융기관에 기록된 세기문화사.국제문제연구소 등 7개 안기부 관리계좌의 입출금 내역을 재판부를 통해 조회한 결과 거액의 수상한 자금이 남아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안기부 예산은 보통 4분기별로 집행되며 마지막 4분기 예산이 집행된 연말엔 거의 잔고가 남아 있지 않는 게 상례"라며 "신한국당의 지방선거와 총선자금으로 안기부 자금 1천2백억원이 지급됐다는 95년 말에도 약 1천5백억원의 돈이 안기부 계좌에 잔금으로 남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돈은 정상적인 안기부 예산이라기보다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 등 외부자금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姜의원의 장기욱 변호사는 "안기부의 괴자금 중 상당액은 2년이나 3년째 머니마켓펀드(MMF)라는 고이율 금융상품의 형태로 금융기관에 예탁돼 있었다"며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이 주장한 예산 불용액이나 이자 등은 기껏해야 1년에 4백억원 정도로 괴자금의 존재를 설명해주지 못한다"고 밝혔다.

김진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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