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만났는데 화살이 1개라면 … “답은 일구이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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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팀인 SK 와이번스의 김성근 감독이 6일 인하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공학 특강을 하고 있다. 야구공 사진은 김 감독이 직접 ‘一球二無’를 쓴 사인볼이다. 한국시리즈 우승 후 '꿈을 이루었다'는 뜻의 '夢을 現實'이라는 글도 썼다. [SK구단 제공]

 “밀림에서 사자를 만났는데 화살은 한 개뿐이에요. 이거 실수하면 죽어요. 어떻게 해야 되겠어요?” 6일 오전 인천시 인하대 대강당에는 450명의 대학생들이 꽉 들어찼다. 프로야구 SK의 김성근(65) 감독의 ‘성공학 특강’을 듣기 위해서였다.

김 감독은 화이트보드에 자신의 인생철학인 ‘일구이무(一球二無·공 한 개에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를 한자로 적었다. 회색 정장에 금빛 넥타이로 멋을 낸 김 감독은 왼손잡이답게 왼손으로 글씨를 썼지만 자연스러웠다. 김 감독은 글씨만큼 시원스럽게 답을 내놓았다.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다. 바로 뒤 절벽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느냐. 지금 베스트를 해야지, 다음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방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조센징’, 한국에선 ‘쪽발이’라는 놀림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자기 길을 지킨 그의 경험담 한마디 한마디가 대학생들에게는 훌륭한 인생 지침서였다.

 김 감독은 이날 목적·계획·실행·계승·반성과 연구라는 성공의 5단계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평생의 목표를 정한 뒤 하루, 한 달, 일 년의 계획을 잡고 끊임없이 도전을 되풀이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남과 똑같은 방식이나 시각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며 과감한 도전의식을 강조했다. 도전이 곧바로 성공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수많은 과정을 배울 수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게 하는 힘이라고 덧붙였다.

  ◆“대승(大勝)한 날은 자정까지 훈련”=김 감독은 자만심과 방심이 성공의 가장 큰 적이라고 했다. “큰 점수차로 이긴 날은 느슨해지지 않도록 선수들을 자정까지 잡아놓고 훈련시킨다”는 그는 “생각이 변해야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며 운명이 바뀐다”고 말했다.

 그는 “KIA 조범현 감독도 현역 시절 홈 송구를 태만히 처리하기에 비 오는 날 다이빙 캐치를 100번 시키니 다음부턴 날아다니더라”며 “이승엽도 일본 롯데 2군으로 떨어졌을 때 하루 1000개의 스윙으로 부진을 극복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90분 강의 동안 한 명도 자리를 뜨지 않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인하대 야구부원들도 전원 참석해 대감독의 강의를 경청했다.

 윤지희(식품영양 3년)씨는 “단순히 야구 이야기를 하실 줄 알았는데 이렇게 진지할 줄 몰랐다”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강의를 끝낸 뒤 태평양 감독 시절 제자였던 양승관 현 인하대 감독에게서 꽃다발을 받았다.

인천=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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