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빨래터’ 45억2000만원 신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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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45억2000만원. 국내 미술품 거래 사상 최고가는 서울옥션의 지난 5월 경매에서 나왔다. 박수근의 유화 ‘빨래터’다. 두 달 전 K옥션에서 박수근의 ‘시장의 사람들’이 25억원에 낙찰되면서 세운 기록을 바로 갈아치웠다. 올 상반기 양대 미술경매회사의 낙찰총액은 591억원, 이미 지난해의 563억원을 넘어섰다.

 시장의 활황을 타고 미술경매사와 아트페어도 전성시대를 맞았다. 가구수입업체가 차린 D옥션, 대구의 M옥션, 내년초에 생길 옥션별 등 경매사들이 줄줄이 태어나고 있다. 미술품 175억원 어치가 팔린 5월의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 이어 아트페어와 미술경매를 결합한 9월의 서울옥션쇼에서는 358억원 가량이 낙찰됐다. 화랑협회는 내년 화랑미술제를 부산에서 열 계획이고, 서울옥션은 경매 프리뷰를 홍콩에서 열 작정으로 장소를 물색중이다. 국내 미술 시장은 지역과 국가를 가리지 않고 커지고 있다.

 경매시장의 과열에 화랑들이 반기를 들기도 했다. 10월 화랑협회는 주요 경매사에 ‘메이저 경매 횟수 연 4회로 제한’ 등을 요구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이들이 급증하면서 속칭 유명 작가 위주의 거래도 더욱 두드러졌다. 경희대 최병식 교수가 올 1∼10월까지 주요 경매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우환의 작품 거래액이 179억9740만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부동의 1위이던 박수근은 172억8210만원으로 2위에 링크됐다. 김환기, 김종학, 이대원, 천경자, 김형근, 김창열, 장욱진, 도상봉, 백남준이 뒤를 이었다.

 급성장하던 시장이 연말들어 주춤하고 있다. 거품 해소, 투기 국면 진정, 작품성 위주의 투명한 거래 정착 등 미술시장이 내실화를 위한 과제를 점검할 기회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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