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世界化를 위한 장기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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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민정부의 국정지표가 변화와 개혁임을 상기할 때 앞으로의 개혁 목표를 「세계화(世界化)」로 확대하겠다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호주 시드니 선언은 새삼 놀랄 일은 아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들어 개혁이 실종되지 않았느냐는 우려가 있는 가운데나온 선언이라 큰 관심과 기대를 모으는 것이 사실이다.이 선언이 국정의 일대쇄신을 위한 대장정(大長征)의 서막이라면 우리는金대통령이 제시한 세계화를 위한 3대과제와 5대방향이 차질없이수행돼야 한다고 믿는다.
대통령의 선언대로 우리는 미래를 정확히 투시해야 한다.부총리를 지낸 경제학자 조순(趙淳)교수는 냉전 종식으로 세계는 이미「21세기적 상황」이 시작됐는데도 우리는 그것을 모르고,대응도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21세기적 상황의 특성 은 서로 간의 국경을 없애는 세계화지만 동시에 인류는 경제.정치.문화등 모든분야에서 무제한(無制限)의 생존경쟁을 벌이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세계화의 첫번째 목표는 국제경쟁력 강화가 될 수밖에 없다.金대통령이 정부부터 생산성을 높이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점에서 적절하다.정부기구를 경쟁력 강화 위주로 간편화.효율화하고,행정규제를 대폭 줄이며,정부 구성원들을 새시대에 걸맞게 무장시켜야 할 것이다.
특히 창의성(創意性)을 가진자가 성공하는 사회를 건설하겠다는선언은 유난히 관심을 끈다.우리는 지금 창의성을 짓누르는 사회속에 살고 있다.교육이 그렇고, 과학.기술 연구체제가 그렇다.
경쟁력 강화의 선봉에 서야 할 민간기업은 갖가지 규제의 올가미속에 갇혀 있다.새 영역에의 진입(進入)과 퇴출(退出)이 모두부자유스럽고,제도와 관행은 옹색하기 그지없다.이제 넓은 눈과 툭 터진 가슴으로 세계를 상대하려면 정부의 개입과 규제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한마디로 우리 국민의 진취적 정신을 극대화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새로 마련돼야 한다.대통령의 시드니 선언은 물론 이런 측면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믿는다.「역사는 진보를 목표로 삼는 인류의 각성 과정」이라는 대니얼 벨의 말이 새삼 돋보 이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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