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칼럼>알프스와 알피니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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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근대 등산의 메카로 불리는 프랑스 샤모니에 가면 그 남쪽으로몽블랑 산군(山群)이 하늘을 찌를듯한 기세로 솟아 있는 장관을볼수 있다.
그 알프스의 최고봉은 우리나라의 산과는 몹시 다르다.우리 산들의 허리선이 대개 부드러운 곡선을 이룬데 비해 그쪽의 산은 수직으로 뻗어있다.
그 수직선의 세계는 땅과 하늘을 연결하며 현격한 고도 차이로아주 다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녹색의 아래쪽 세계와 그 위쪽하얀색의 세계가 완벽하게 이원화되어 있는 것이다.
그 녹색의 세계에서 하얀색의 높은 세계로 넘어서려면 철저한 준비와 체계적 훈련이 있어야 한다.자살을 꿈꾸지 않는 이상 갖춰야 할 알프스 등반의 전제조건들이다.
자연을 이렇게 철저하게 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서양인들은「소돔과 고모라」같이 철저한 옛이야기를 갖게 되었다.결국 한 사람의 의인도 내지 않았던 그 철저함은 바로 이렇게 이원화된 서양의 산이 만들어낸 환경의 산물이다.
두루뭉실한 노년기 산이 대부분인 우리 땅의 얘기라면 그 절대절명의 순간에 난데없이 연꽃이 날리며 심청이 같은 의인이 튀어나와 세상을 구했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을 법하다.그래서악의 뿌리를 끝내 제거하지 못하는 비극을 초래하 게 되었을 것이다. 존 스타인 벡이 쓴 『에덴의 동쪽』은 어떤 한계 상황의바깥을 상징한다.
그러나 알프스와 같은 환경에서는 동서남북의 방향감각은 아무런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이런 곳에서는 에덴의 동쪽이 아니라 어덴의 「위쪽」이나 「아래쪽」만이 존재한다.높이가 중요한 알프스의 상황에서 1백~2백m의 수평이동은 1천~4천m높이의 수직이동을 가져온다.그 산꼭대기에는 그 아래와는 전혀 다른 환경조건이 주어진다.
그곳은 여름에도 춥고 산소가 희박하여 고소증을 유발하는가 하면 집채만한 낙석이 있고 또 하늘을 두쪽 내 버릴듯 난리를 치는 천둥과 번개가 있다.한마디로 신이나 살지 사람 살 곳이 못되는 알프스의 하얀 산세계인 것이다.
그 금단의 구역인 하얀 산을 넘보는 사람을 서양에서는 그들의말로 「알피니스트」라 부른다.그것은 그들의 문학이 만들어낸 드라큘라의 현신(現身)인지도 모른다.「불가능」과「영원」이라는 신의 전유물을 끊임없이 넘보는 이가 바로 이들 알 피니스트이기 때문이다.
〈산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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