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요리저런얘기] 떡볶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9면

초등학교 시절, 하굣길에 가장 좋은 친구는 떡볶이였습니다. 100원에 11개이던 밀가루 떡볶이. 부모님 모두 직장을 다녔기 때문에 집에 와도 간식을 만들어줄 사람이 없던 저는 학교가 끝나면 곧장 떡볶이 집으로 달려가곤 했지요. 어느새 저는 떡볶이에 중독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친구들이 목 빠져라 기다리는 방학이 그리 반갑지 않았습니다. 학교 앞 그 가게가 방학 땐 문을 닫아버리거든요. 두 달이나 되는 긴 겨울방학은 참 견디기 어려웠어요. 날이 추워 종일 집 안에 있기 일쑤인데, 같이 놀 사람도, 떡볶이도 없으니 말입니다.

그날도 텅 빈 집 안에서 심심함을 달래고 있었습니다. “딩-동” 벨소리에 나가 보니 옆집 아주머니께서 가래떡을 많이 했다며 가져온 것이었어요. 혼자 있는 저를 보시더니 심심하면 놀러 오라며 초대를 해 주셨습니다. 그날부터 신나는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아주머니께서는 숙제를 봐주기도 하셨고, 밖에서 저랑 놀아도 주셨지요. 요리 솜씨가 남다른 아주머니와 케이크나 명절 음식도 함께 만들었고, 제가 좋아하는 떡볶이도 거의 매일 먹게 해 주셨지요.

떡에 어묵과 고추장을 넣고 휘휘 저어 만든 떡볶이의 매콤달콤한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뒤로는 학교 앞 떡볶이보다 아주머니표 떡볶이에 더욱 열광하게 됐지요. 요즘도 겨울이면 어김없이 흉내 내보곤 하지만 그 맛은 여전히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그동안 터득한 제 비법을 알려드릴 테니, 오늘 냉동실의 떡으로 솜씨 한번 내보실래요?

(손성희·35·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재료=떡볶이 떡 300g, 대파 1개, 어묵 약간, 물 적당량

■양념 재료=고추장 3큰술, 고춧가루 1큰술, 물엿 1큰술, 설탕 1큰술, 간장 1/2큰술, 물 약간

■만드는 법=떡은 적당한 크기로 잘라 끓는 물에 데쳐 말랑하게 준비한다. 대파와 어묵은 떡 크기로 썰고, 양념은 미리 섞어 놓는다. 팬에 기름을 약간 두르고 대파를 볶다가 떡과 어묵,양념장을 넣고 함께 익힌다.

week&과 청정원 국선생(鮮生)이 공동으로 ‘이런 요리, 저런 얘기’의 사연을 찾습니다. 다음 주제는 ‘멋진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한 최고의 요리’입니다. 요리와 얽힌 에피소드를 대상 홈페이지(daesang.co.kr)에 올려 주세요. 맛있는 요리나 사연을 선정해 가정 요리 전문가인 최경숙 선생님 아카데미 5회 수강권(40만원 상당)과 청정원 밑국물인 국선생(鮮生)과 맛간장 소스(10만원 상당)를 선물로 드립니다. 02-539-8777.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