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트랑 콩하이 在佛베트남민족음악학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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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아시아의 민속음악도 이제 「세계음악」(World Music)이라는 개념에서 봐야 합니다.프랑스에서는 민속음악을 국민학교에서부터 가르치며 대학에서 민족음악학을 연구하는 사람도 1천명가량 됩니다.』 베트남출신의 재불(在佛)민족음악학자 트랑 콩하이(陳光海.50)가 제1회 亞太민족음악학술대회 참석차 내한했다.지난 81년 국제민족음악학회(IFMC)에 이어 두번째 서울 방문이다.
5대째 베트남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사이공 국립음악원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후 61년 부친 트랑 방케(陳文溪)가 재직하던 파리 동양음악연구소에서 동양음악이론과 실기를,에밀 리프 교수로부터 음향학을 배웠다.68년부터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파리 인류박물관(Musee de l'Homme)에서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파리 제10대학에서 민속음악을 강의하고있다. 78년에 결혼한 그의 아내 바흐옌(白燕)은 한때 미국에서 활동했던 팝송가수 출신이라 더욱 이채롭다.
『결혼 후 팝음악에서 민속음악으로 방향을 바꿨어요.동남아의 팝음악은 민속음악에 깊이 뿌리박고 있거든요.』 트랑은 지난 15일 국립국악원 소극장에서 베트남 각 지방의 자장가를 부르는 아내의 반주를 맡았다.그의 전공은 몽고의 민요와 중국의 경극(京劇),한국의 판소리,일본의 분라쿠 등의 극음악.
『지금 거의 사라져가고 있지만 몽고에는 「쿠미」(咽頭)라는 특이한 노래가 있습니다.한명의 연주자가 두개의 음을 동시에 내는 발성법이지요.절반정도 연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혀모양을 바꿔가면서 낮은 소리와 높은 배음을 동시에 냅니다.
볼과 혀의 근육을 팽팽하게 해야 이런 소리를 낼 수 있지요.
티벳의 불가(佛歌)나 대만 부눈족의 수수재배 노래에서도 발견되는 특이한 창법입니다.오늘날에는 명상훈련과 음악치료에 응용되고있지요.』 인터뷰 도중 그가 「쿠미」식으로 『아리랑』을 연주해보이자 옆좌석에 있던 손님들이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李長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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