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첩장 남발 삼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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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가장 경사스럽고 누구나 축하해줘야 할 결혼식이 은근히 원망과짜증의 대상이 돼 가고 있는 것이 요즘의 세태(世態)다.
봄 가을 결혼시즌이면 한달에도 몇건씩,심지어 하루에도 몇건의청첩장을 받은 경험을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을 것이 다.당장 몇만원씩 축의금을 내야 하는 부담도 적지 않을 뿐더러 이 바쁘고 교통이 복잡한 시절에 식장을 찾아가는 일도 여간 고역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청첩장을 받는 일이 초청받아 영광스럽다거나축하해 주고 싶은 심정보다 짜증스럽고 부담감으로 느껴지는 것이다.뿐만 아니라 결혼식장 주변은 몰리는 차량으로 교통혼잡을 빚기가 일쑤여서 지나가는 사람이나 주변 주민들의 험구가 나오는 일도 많다.축복이 가득해야 할 평생의 한번 뿐인 결혼식을 이처럼 짜증과 원망의 대상이 되게 해서야 되겠는가.
우리는 저축추진중앙위원회의 경조비실태조사에서 58.7%가「경조비가 매우 부담스럽거나 부담스러운 편」이라고 응답했다는 결과를 보고 결혼식문화에도 뭔가 변화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우선 무엇보다 청첩장을 남발하는 일이 없어야겠다.당사자들은 축의금으로 비용의 일부나마 충당하겠다는 생각이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결혼식을 축하객의 주머니와 연결시키는 발상은 천박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또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낸 수많은 축의금의 본전을 뽑아야겠다는 사고방식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역시 천박하긴 마찬가지다.돈과 결부시켜 청첩장을 가깝지도 않은 사람에게까지 남발한다면 순수.순결해야 할 결혼식의 본뜻과는 맞지 않는다.마찬가지로 거액을 처넣는 호화판 결혼식도 본뜻과는 거리가 멀다.오죽 자랑할게 없으면 결혼식을 돈으로 치장하려 할까.
그리고 예식장규모도 줄여나가는게 좋겠다.수백석(席).1천석 가까운 연회장이 있는 대형 예식장을 채우기 위해 하객(賀客)을억지로 끌어모으는 현상을 흔히 본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진정으로 축복받는 결혼식이 돼야 새출발하는 한쌍의 앞날도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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