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연금제도 이대로좋은가-수입보다 지급커 파국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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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너와 나 우리 모두의 문제이고,다음 세대의 문제이기도 한 연금(年金)이 지금 이 순간에도 재정 파탄을 향해 뚜렷한 대책 없이 가고 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대부분의 연금이「수입내 지출」이라는 기본 원칙에서 벗어난 채,연금을 쌓아 가는 것이 아니라 적자를 쌓아가고 있기 때문이다.정부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기존 가입자들에게는 가능한한 불이익을 주지 않고,앞으로 새로 가입하는 공무원들의 연금부담률을 현행 월급여의 5.5%에서 7% 수준으로 높이는등 여러가지 개 선책을 강구하고 있다.
지금대로라면 파국(破局)이 뻔한 연금제도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아본다.
육군상사 崔모씨.
이름을 밝히기를 극구 피하는 그의 올해 나이는 마흔아홉이다.
21세때 군에 몸담았으니 올해로 만 28년째를 맞는다.
그런 崔상사에게 요즘 난데없는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군인연금의 적자가 누적돼 개선책이 시급하다는 문제제기에서부터연금혜택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선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그의 귀에도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전역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나도 군복을 벗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입을 뗀 그는 『하필 왜 지금 문제가 터져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28년동안이나 매달 월급의 5.5%를 연금갹출료로 낼 땐 말이 없다가 막상 연금을 탈 때가 머지않은 지금 연금혜택을 줄이겠다니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이는 崔상사만의 불만이 아니다.
『하필 왜 나부터냐』는 것은 앞으로 연금제도를 고쳐보자고 할때마다 연금을 탈 모든 사람,모든 세대가 거의 공통적으로 터뜨릴 「집단 불만」이고,그런 불만앞에서 정부든 연금공단이든 다들어찌 손을 쓰지 못하는 사이 연금제도는 지금도 뿌리째 흔들리고있다. 연금문제는 「뻔히 다가오는 파국(破局)」으로 비유된다.
지금 당장 손쓰지 않으면 머지않아 엄청난 적자에 짓눌려 쓰러질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 하나 나서는 곳이 없다.『어떻게 되겠지…』하는 「무책임」만이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의 경우 30년이 넘어 성숙기에 접어들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생각도 들겠지만 상황은 정반대여서 갈수록재정위기가 심화될 뿐이다.
지난 63년 공무원연금에서 분리돼 나온 군인연금은 자그마치 20년 넘게 적자를 내고 있다.그 결과 올해 적자규모는 5천억원을 넘어서게 됐지만 정부는 이제서야 개선방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정도다.
지난 60년에 도입돼 역사가 가장 오래된 공무원연금도 지난해부터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한해 연금으로 들어온 돈보다나간 돈이 3백98억원이나 많았던 것이다.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민연금은 도입된지 7년밖에 안돼 지금은 나가는 돈이 거의 없어 기금이 계속 불어나고 있다.그러나이런 상황은 연금지급이 본격화하는 2008년부터 달라지기 시작해 2020년께면 적자를 보이게 될 것이라고 전 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각 연금이 안고 있는 문제점의 근원은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돈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뒤집어 말하면 연금가입자들이자신이 내는 갹출료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근무기간이 20년만 넘으면 무조건 연금을 주는 원초적인문제가 방치되고 있으며,당사자들의 반발을 두려워해 갹출료인상도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결국 연금가입자들의 넉넉한 노후생활을위해 국민들의 세금이 추가로 들어가고 있는 형국이 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전문가는 『80년대 들어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처우는 상당폭 개선하면서 그것이 연금의 재정에 어떤 부담을 주는지 외면한 것은 특히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한다.각종 수당을 기본급으로 전환하면서 연금지급액 이 대폭 늘어나게 된 사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여기다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공무원 숫자가 꾸준히 증가한 것도연금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沈相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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