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각 당 요구한 금액 맞춰 돈 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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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SK그룹이 2002년 말 대통령 선거 때 각 당의 자금 요구에 대비해 1년 전부터 비자금 1백30억원을 만들어 회사 '비밀창고'에 보관해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17일자로 발행된 뉴스위크 한국판(사진)은 단독 입수한 손길승(孫吉丞) SK그룹 회장과 김창근(金昌根) SK구조본부장의 검찰 진술조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孫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그동안 경험으로 볼 때 2002년 대선에서도 정치권이 선거자금을 요구할 것이 뻔해 金본부장에게 미리 준비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金본부장은 "2001년 말~2002년 초부터 연말 대선에 대비해 SK해운에서 비자금을 만들었다"고 진술했다. SK는 국회의원 선거가 열리는 해에도 보통 30억~40억원의 비자금을 만들어 사용했었다고 金본부장은 밝혔다.

孫회장은 "1백30억원의 '실탄'을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사옥 구조조정본부 재무담당 임원실과 비상근 임원실 사이에 있는 비밀창고에 보관했다"고 진술했다. 가로 3~4m, 세로 1.5~2m, 높이 3m 크기로 이중문이 설치된 이 비밀창고는 金본부장이 구조본 재무팀장 시절인 1999년께 회사의 주요 문건이나 비자금을 보관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것. SK는 대형 쇼핑백에 1만원권으로 1억원씩 담아 구조본 사무실의 화물 운반용 카트에 싣고 지하 2층 주차장으로 내려가 金본부장의 승용차 트렁크에 실어 정치권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金본부장은 "각 당에 전달한 대선자금이 한나라당 1백억원, 민주당 25억원으로 차이가 많은 것은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 아니라 두 당에서 그 금액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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