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는 정신장애… '네 멋대로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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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가? 자신에게 가혹하리만치 비판적인가? 그렇다면 자신이‘완벽주의자’일지도 모른다. ‘완벽’을 꿈꾸는 것은 자연스러운 욕구이지만 지나치면 ‘정신장애’가 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완벽주의자를 세 부류로 나눈다. ①‘자기중심적’완벽주의자는 스스로 정한 높은 목표에 맞춰 살려고 버둥대는데, ‘자기 비판’이 심해서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크다. ② ‘저 사람은 왜 일 처리가 저 모양이야?’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타인에게 완벽을 강요하는 ‘외향적’완벽주의자는 대인 관계를 그르치기 쉽다. ③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필사적으로 부응하려고 하는 완벽주의자들은 자살충동이나 섭식(攝食)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요크대 심리학 교수 고든 플렛은 “가령 출판사 편집자나 외과의사가 직업상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일을 떠나서 가정생활이나 외모, 취미 등 삶의 다른 영역까지 완벽주의 경향이 보편적으로 나타난다면 큰 문제”라고 말했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과는 달리 완벽주의자들은 불명예 때문에 고군분투하거나 자신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완벽주의 충동과 싸우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집단 치료를 수행한 바 있는 UC 데이비스의 피고용자 상담 전문가 앨리스 프로보스트가 내린 결론이다.

오히려 이들은 자신이 완벽주의자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했고 완벽주의를 높이 평가하고 북돋워주는 문화적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것이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안 되는 일은 없다’‘자신을 믿어라’‘차선책이란 있을 수 없다’‘절대 ‘아니오’라고 하지 말라’등 성공과 출세를 부추기는 온갖 금언들로 가득찬 처세술 책들이 베스트셀러로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호주 커틴 공대의 심리학자들이 실시한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완벽주의자들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라는 사고방식의 유무에 달려 있다고 한다.

프로보스트는 ‘집착성 충동장애’를 보이는 사람도 있다고 지적했다. 책상은 항상 깨끗하고 가지런하게 정돈해야 하고 오늘 업무를 덜 끝내고 내일로 미루는 것을 참다못해 사무실에 남아 야근을 하거나 일거리를 집으로 들고 간다.

프로보스트는 완벽주의자들에게 정시에 퇴근하기, 일찍 출근하지 않기, 어질러진 책상 그대로 두기 등의 지침을 무작정 따르게 한 뒤 마음과 주변 분위기가 어떤지 물어봤다. 피실험자들은 모든 게 정상이고 그렇게 걱정했던 것들이 사실상 별 게 아니었다는데 놀랐다. NYT는 끝으로 완벽주의자들에게 영국 속담 ‘네 멋대로 해’(Do your worst)를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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