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스타>가수 박미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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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허스키한 음색에 독특한 박력이 묻어나는 노래『이유같지 않은 이유』가 늦가을에 춤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가무잡잡한 얼굴의 가수 박미경(朴美京.29)은 부모의 고향인 경상도 사투리와국민학교 때 3년간 살다왔다는 하와이 억양이 뒤 섞인 말씨로 자기 음악을 설명한다.
『「민들레 홀씨 되어」를 부를 때는 제 창법보다는 악보 그대로 멜로디에 충실하게 부르는 데만 신경을 썼어요.어느 날인가 조지 벤슨의「가면무도회」(This Masquerade)란 노래가 들려오는 데 제 창법과 꼭 같더라고요.』알고 보니 조지벤슨은 흑인.그래서 박미경이 부른『이유같지 않은 이유』는「흑인음악」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됐다.85년 강변가요제에서『민들레 홀씨되어』로 데뷔,10년만에 내놓은 두번째 음반이다.
『다른 것보다도 끈적끈적한 느낌,악보위에 그릴 수 없는 밀고당기는 리듬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같은 노래라도 맛있게 부르려고 하는 거지요.』『이유같지 않은 이유』와『지난 날의 편지』는 음반작업을 한창하는 데「노이즈」의 천성일이『미경 누나 목소리를 생각하면서 만들었다』고 들고 온 노래.두 곡 뿐 아니라 김창환이 만든 노래도 비트가 강한『서툰 기대』부터 서정적인 분위기의『슬픈 노래』까지 모두 주제는 사랑과 이별한 사랑의 추억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 따라 가수가 나오는 나이트클럽이나 카바레에 많이 가 봤어요.』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완고한 외할아버지의 반대로 좌절당한 경험이 있는 어머니는 생활비보다는 6남매의 음악학원 교습비로 더 많은 돈을 썼다.요즘도 아버지가 술 한 잔 하는 날이면「작은별 가족」이나「잭슨 파이브」못지 않다고 한다.87 년 온가족이 하와이로 이민,3년쯤 하와이에서 살다가 귀국해 요즘은 코디네이터인 사촌여동생과 살고 있다.6남매의 맏이인 집에서 뿐 아니라 음반기획사 사무실에서도 서울예전국악과 후배 김건모를 비롯,소속가수들의 큰누나 노릇을 톡톡히 한 다고 자랑이 대단하다.여느 남자 못지 않은 화끈한 성격덕분이라고 한다.어렸을때 워커힐에서 공연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인순이」를 존경하는 가수로 꼽는다.객석이 가득찬 공연장이나 손님이 한 두 명 남은 밤업소에서나 한결같이 노래를 한 다는 평때문이다.
글:李后男기자 사진:金炯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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