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고교 재배정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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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선(先)복수 지원, 후(後)추첨 방식'이 적용된 서울의 한 중학교는 지난 14일 고등학교 배정 결과가 발표되자 발칵 뒤집혔다. 인근의 한 고등학교를 2~3지망으로 지원한 84명을 포함해 모두 88명이 이 학교에 배정됐기 때문이다. 학교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1지망으로 지원한 학생 한 명만 배정됐던 학교에 지원자 모두가 배정된 것은 인기가 떨어진 특정 학교를 채우기 위한 것"이라며 "'선 지원'이란 말이 무색하게 학생들의 선호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단순히 지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1~2지망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 학교에 배정한 교육청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 학교 학부모 30여명은 학교 재배정이나 우선 전학을 요구하며 16일 서울시교육청을 항의 방문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교육청은 "배정 원칙에 따라 원거리 배정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고교 배정을 둘러싼 학부모의 거듭된 민원에 교육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일반 배정과 관련한 부모들의 민원도 계속됐다. 교육청 홈페이지에도 고교 배정에 대한 불만과 재배정을 요구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코 앞에 있는 학교를 놔두고 왜 멀리 가야 하냐. 재배정을 해달라" "대입 준비를 해야 하는 아이들이 등.하굣길에 1~2시간씩 시달려서야 되겠는가. 이건 횡포다" 등.

교육청을 찾은 학부모들은 집 근처의 학교 대신 멀리 떨어진 학교를 다녀야 하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근거리 배정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청은 배정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배정할 때 가급적 교통편의를 고려하지만 같은 학교군 내에서 무작위 추첨을 하는 만큼 같은 학교군에서는 멀리 떨어진 학교에 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 각 고교에서 낸 교통노선 조사서를 참고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주장처럼 교통편이 없는 학교에 배정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해명했다.

또한 학교 간 성적 평준화를 위해 학생들의 중학교 성적을 4등급으로 나눠 학교별 학급수 비율에 따라 배정하기 때문에 원거리 배정도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학교군 내의 학교 시설과 수용 인원이 맞지 않을 경우에도 일부 학생은 불가피하게 같은 학군 내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나 다른 학교군에 있는 학교로 배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청 관계자는 "배정은 원칙에 따라 하고 교원단체와 학부모 대표로 이뤄진 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친다"면서 "현실적으로 학군을 옮기지 않는 한 전.입학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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