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唐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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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당(唐)은 庚과 口의 합성자로 글자의 모양을 위해 庚자를 약간 생략했다.곧 「큰(庚) 입(口)」이라는 뜻으로 과장해서 말하는 것을 뜻한다.그래서 본디 뜻은 「과장」(誇張)이다.정도(正道)나 상식에 어긋나는 셈이다.황당무계(荒唐無稽 )하다는 말이 있다.
돌(突)은 개(犬)가 개구멍(穴)에서 갑자기 뛰쳐 나오는 것이다.그래서「갑자기」라는 뜻이 있다.이 역시 예측하기 힘들므로상식으로는 판단하기 곤란하다.
따라서 당돌(唐突)의 본디 뜻은 도무지 상식에 맞지 않는 것이다. 주의(周의)는 진(晉)의 관리였다.한번은 친구가 찾아와남들이 그를 악광(樂廣)과 비교한다고 말했다.
악광이라면 진의 현인(賢人)으로 죽고 나서도 칭송되던 인물이었다.주의는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매우 겸손한 사람이었으므로 이렇게 응수했다.
『아니 자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어찌 내가 감히 악광 그 분에게 비견될 수 있단 말인가? 마치 추녀 무염(無鹽)을 서시(西施)에 비하는 꼴이지.생각해 보게.그것은 서시에게 얼마나 당돌한 짓인가를….』 중국에서 미녀라면 서시로 통하며 추녀의 대명사는 무염이다.무염은 칠흑같이 검은 피부에 움푹 파인 눈,돼지 같은 들창코를 가지고 있었다.무염을 서시에 비한다니 얼마나 상식에 어긋나는 당돌한 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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