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정상회담 스케치-金대통령 첫발언자로나서 중재자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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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카르타에서 60㎞ 떨어진 대통령 별장인 보고르宮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는 지난해 시애틀 정상회의와 마찬가지로 배석자없이 정상들이 모여 자유토론 형식으로 진행.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은 이날 인도네시아고유의상인 엷은 브라운색의 바틱을 입고 회의에 참석,동시통역 이어폰으로 상대국 정상의 연설내용을 들으면서 토론.
각국 정상들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차례로 도착해 회의장인 가루다홀앞 리셉션홀에서 환담했으며 金대통령은 일곱번째로 회담장에도착,클린턴 美대통령.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일본총리.장쩌민(江澤民)중국국가주석.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 령등과 반갑게악수를 나누고 안부를 교환.
정상들은 약 10분동안 리셉션을 가진뒤 보고르궁 뒤편 정원에서 기념촬영을 했으며 알파벳순으로 회의장에 입장해 U자형 안락의자에 착석.
이날 회의는 오전 회의와 오후 회의로 나누어 진행됐는데 정상들은 오찬을 하고 오후 회의에 앞서 보고르궁옆에 있는 식물원을산책하며 남국의 정취를 만끽.
각국 정상들은 회담을 마친뒤 기자회견을 갖고 보고르선언의 내용에 대해 설명했으며 회담결과는 의장인 수하르토 대통령이 발표. 金대통령은 지난해 시애틀 정상회의에서 첫번째 발제연설을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첫 발언자로 나서 각국이 회의직전까지 진통을 겪었던 무역자유화 목표연도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절충안으로 제시해 중재.
金대통령이 첫 발제연설자로 선정된 것은 한국이 선진국과 개도국의 중간입장에서 자유롭게 조율을 할 수 있는 데다 미국.인도네시아 등이 金대통령의 첫 발언을 지지했기 때문이라는 후문.
金대통령은 5분간에 걸친 연설에서 APEC회원국간에 정보고속도로 건설을 위한 통신장관회의 상설화를 제의하고 인력개발센터를건립하자고 제안하는등 회원국간 유대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제시. 金대통령은 무역자유화 목표연도에 대한 각국의 절충이 늦어지자 발제문안을 이날 아침 수정하는등 신경을 썼으며 회의에서도 중재자의 역할을 주로 했다.
보고르 정상회의에는 각국 정상들이 보좌관.전속사진사.통역.주치의.수행경호원등 5명만 동행토록 엄격히 제한해 정상간의 우의와 친목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최대 배려한 느낌.
인도네시아는 이번 회의를 위해 네팔에서 긴급 수입한 사슴 수백마리를 회의장 주변에 방목,정상들이 자연을 즐기며 대화할 수있도록 배려.
기자들은 모두 3백50명만 보고르궁 입장이 허용돼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천막으로 가설한 프레스센터에서 열띤 취재경쟁.
인도네시아 국영 TV인 TVRI는 이날 각국 정상의 출발부터회담시작 전까지 모든 행사를 생중계 했으며 각국의 수행원들은 보고르궁에서 폐쇄회로 TV를 통해 회의내용을 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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