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太國 경제 연결고리 확인-APEC평가와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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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인도네시아 보고르에서 열린 지도자회의와 각료회의는 亞太경제협력체(APEC)가 아태(亞太)지역 각국의 경제활동을 밀접하게 연결짓는 실체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APEC역사상 중요한 전환점이 될것으로 평가된다.
또 이번 회의는 회원국들 사이의 경제협력과 유대를 강화함으로써 APEC가 하나의 실체로서 국제정치 무대에서 자리매김 할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볼때 이번 회의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역시무역자유화 목표연도 설정에 회원국들이 합의한 대목이다.
자유무역의 이념은 현대 자본주의 발전에 핵심적 역할을 해온 것으로 평가된다.그러나 그같은 이념에 대해 전세계의 선진국과 개도국들은 각기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세계경제가 자유무역을 통해 발전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개도국의 입장에서 보면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을통해서 선.후진국간 경제적 차이를 극복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APEC내에는 1인당 국민총생산이 3만달러에 육박하는 일본과같은 나라들이 있는가 하면 세계에서 가장 발전이 덜된 나라도 많다.그밖에 APEC회원국간에는 종교 등 문화적 특성 역시 극단적이리만큼 차이가 크다.
그같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APEC회원국들은 이번 회의에서 자유무역의 확대를 통해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동의했다. 유럽연합(EU)이나 북미자유무역연합(NAFTA)과는 달리 APEC는「개방적 지역주의」라는 독특한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이는 APEC가 앞으로 세계경제를 주도할 능력과 준비를 갖추게 됐다는 의미도 된다.
개방적 지역주의란 APEC가 개방을 역외국들에도 동등하게 적용한다는 의미다.
폐쇄적 지역 이기주의에 젖어 역외국들을 차별하는 EU나 NAFTA와는 완전히 다른 특성이다.
한편 이번 회의를 통해 APEC가 경제적 결속을 빠른 속도로강화할수 있는 추진력을 얻음으로써 APEC는 국제정치 무대에서도 하나의 실체로서 활동할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회의중 각료회의는 APEC의 사무국을 확대.강화하기 위한 특별작업반을 설치키로 합의함으로써 APEC의 기구화를 적극추진할 뜻을 밝혔다.
다수의 회원국들을 가진 EU나 동남아국가연합(ASEAN)이 국제무대에서 단일 목소리를 내며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같은 기구화를 통해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역자유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기 위한토의과정에서 회원국간 사이에 심각한 견해차가 드러난 것은 APEC가 亞太지역 공동체로서 확고히 뿌리내리는 과정에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임을 말해준다.
[자카르타=康英鎭특 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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