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車 내빼면 끝인가-제2의 가정파괴범 검거율 日의절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육지에서는 물론 바다에서도 늘어나는 뺑소니사고에 대책은 없는것인가.사고에 따른 아까운 인명희생과 가정파괴등 피해가 커지지만 당국의 대응은 느슨해 검거율이 50%선을 밑돈다.잡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허점때문에 뺑소니가 더 늘고 경 찰의 수사를 기다리다 지친 가족들이 현장에 목격자를 찾는 현수막을 걸고 직접 범인검거에 나서는 사례조차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작년의 경우 육상뺑소니교통사고가 그 전해보다 자그마치 49.
2%나 늘어 9천1백53건이 발생했다.6백47명이 비명횡사했고부상자는 1만명을 넘었다.하루평균 25건씩 발생해 2명 정도가죽고 26명이 부상당한 셈이다.
사고를 내고도 달아나는 도덕불감증도 문제지만 이를 방치하는 사회체제는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이웃 일본은 30여년전부터뺑소니는 반드시 잡는다는 캠페인을 벌여 90%이상 검거율을 보이고 있다.
◇사고증가=69년 1천4백9건이었던 뺑소니사고는 80년 3천5백64건,90년 8천3백82건에서 지난해엔 9천건을 넘어섰다. 올들어서도 9월까지 7천4백92건이 났다.
84~93년 10년간만 따져봐도 뺑소니차에 치여 숨진사람이 4천4백98명,부상자는 무려 6만명이 넘는다.
그러나 검거율은 최근 20년간 92년 50.8%를 제외하고 단 한번도 절반을 넘지못해 20년 평균이 40%가 안된다.
경찰청이 검거된 뺑소니운전자들을 분석한 결과 50%이상이 무면허.음주.무보험.범죄자등이었다.
경찰은『무보험사고가 전체 뺑소니의 20%를 차지하고 있지만 무보험은 사고가 나면 무조건 구속되기 때문에 달아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관련 제도의 개선여부도 심각히 고려해야 할 과제』라고 말한다.
◇대책=뺑소니를 목격하면 반드시 신고한다는 시민의식의 정립이시급하다.서울시내에만 무려 50개가 넘는 뺑소니목격자 찾기 플래카드가 나붙어 있지만 「귀찮고 번거로워서」인지 신고율이 40% 정도에 불과하다.전국 뺑소니차량추방시민회본 부 김기홍(金基洪.43)본부장은『누구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로「뺑소니는 반드시 잡힌다」는 인식이 정착될 때만이뺑소니는 근절된다』고 말한다.
전담수사 인력 부족과 미약한 수사의지도 큰 문제점이다.
뺑소니사고는 전담반이 필요하지만 사건을 접수한 당직교통경찰관은 다음날 비번근무로 퇴근해버려 업무인수인계가 안되고 발생 2주일쯤 뒤 기계적으로 사건을 넘겨받는 형사계 직원들중 과실치사에 불과한 뺑소니를 의욕적으로 찾는 사람은 없다.
가족들이 자기돈을 들여 나서야만 그나마 수사가 좀 되고 그래도 결과는 미지수인게 우리 현실이다.
이웃 일본의 경우 62년「뺑소니사고 영구추방」을 선언하고 도쿄의 경우 99개 경찰서에 전담인원을 20명씩 두고 사고가 나면 형사계 인원을 포함,24명이 현장에 급파돼 철저한 초동수사를 벌이고 있다.
61년까지 40%미만이던 검거율은 82년 82%가 됐고 91년엔 91%가 됐다.지난해엔 인명피해범 97%,단순 사고뺑소니범 90% 검거라는 엄청난 성과를 올렸다.
◇해상뺑소니=12일 새벽 전남신안군 대흑산도 서쪽 1백5마일해상에서 선적미상 대형선박이 저인망 어선 92춘동호(선장 신춘환.34)를 들이받아 선원 11명이 실종됐다.
올 6월7일에도 제주도모슬포 남서쪽 1백46마일 해상에서 정체 불명의 화물선이 여수선적 안강망어선 65대창호를 들이받아 승무원 9명중 8명이 실종되는등 올 10월까지 23건의 뺑소니선박사고가 발생,실종.사망이 29명에 달한다.
지난해 20건,92년 30건등 바다에서의 뺑소니 사고도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해상 뺑소니의 경우 충돌사고가 나면 배가 침몰,현장보존이 안되고 넓은 바다를 단속하는게 어려운데다 심증이 가는 배를 찾아도 항해일지를 조작한뒤 선원들이 짜고 거짓말을 하면 물증확보가어렵다.외국선박들은「달아나면 끝」인 실정이다.
〈表載容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