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에서>국립극단 "노부인의 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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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지난 12일 막을 내린 국립극단의『노부인의 방문』(뒤렌마트 작.클라우스 메츠거 연출)은 유럽연극과 한국연극의 차이점을 생각케한 공연이었다.우리 극단.우리 배우가 출연한 공연이었음에도불구하고 독일인 연출가의 작의(作意)가 그대로 드러난 이 작품은 유럽풍의 연극이 어떤것인가를 상당부분 보여주고 있다.
그 첫째는 공연시간.『노부인…』은 휴식시간을 제외하고도 3시간10분이 걸렸다.
대부분의 한국연극이 관객이 지루해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길어야 2시간을 넘지 않는 것과는 큰 차이다.누가 어떤 근거로 이같은 기준을 정해놓았는지는 몰라도 한국연극계에 공연시간은 2시간을 넘어선 안된다는 고정관념이 일종의 불문율처럼 돼버린지 오래다.한달이면 30여편이 넘게 공연되는 한국연극중 2시간을 넘겨 공연되는 작품은 많아야 1~2편을 넘지 못한다.『노부인…』은 우선 이런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는 관객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메시지 전달이다.독일인 연출자에 의해 짜여진 이 작품은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요란스럽지 않다.오히려 최소한의 동작과 언어로 작품자체의 메시지를가능한한 곳곳에 숨겨놓고 있다.관객에게 작품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 마치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쏠쏠한 재미를 만끽하게 한다.
세번째는 무대제작에 대한 아이디어.독일인 전문가에 의해 꾸며진 『노부인…』의 무대는 장난감 블록을 연상케 하는 집 모양의구조물을 장면전환에 따라 자유자재로 이동,결합시키고 있다.특히조명으로 지붕색을 다양하게 바꾸는등 조명과 세 트를 유기적으로결합,일견 엉성해 보이는 구조물에 간단히 변화와 생기를 불어넣는 독특한 아이디어는 제작비만 탓하며 조명.무대가 겉돌기 일쑤인 우리 연극계에 신선한 자극이 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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