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손이 시려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손이 시려워 발이 시려워 겨울바람 때문에

손이 꽁꽁꽁 발이 꽁꽁꽁 겨울바람 때문에
어디서 이 바람은 시작됐는지
산 너머인지 바다 건넌지 너무너무 얄미워 ”

겨울이면 자주 듣는, 우리 입에 너무나 익은 동요 ‘겨울바람’의 노랫말이다. 이 동요의 영향 때문인지 실제 언어생활에서 ‘시려워’란 말이 자주 쓰이고 있으며, 이것이 맞는 말인 줄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 ‘시려워’는 틀린 말이다.

‘몸의 한 부분이 찬 기운으로 인해 추위를 느낄 정도로 차다’는 뜻의 단어는 ‘시리다’다. 이것을 활용하면 ‘시리고, 시리니, 시리지, 시려, 시렸다’ 등이 된다. 만약 ‘시려워’로 활용된다면 기본형이 ‘시렵다’가 돼야 한다. ‘가렵다’가 ‘가려우니/가려워/가려웠다’로, ‘두렵다’가 ‘두려우니/두려워/두려웠다’ 등으로 활용되는 것처럼 말이다.

‘시렵다’는 없는 낱말이다. ‘시리다’가 기본형이고 이를 활용한 ‘시려(서)’가 바른 말이다.

동요(童謠)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어릴 때부터 배우는 동시(童詩)와 동요는 오래도록 우리의 입과 마음속에 남아 있게 된다.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잘 살려 쓴 동시는 더욱 그렇다. 비록 동시의 운율(韻律)을 맞추기 위해 썼다 하더라도 주의 깊게 살펴 어법에 맞는 말을 사용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최성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