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工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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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워낙 교육을 중시했던 민족이라 우리는 공부(工夫)라는 말을 하게 된다.언젠가 중.고등학생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는데 제일 듣기 싫은 말이 공부라고 대답했다.도대체 공부란 무엇일까? 공부는 功夫라고도 쓰는데 본디 뜻은 여가(餘暇).조예(造詣).노력(努力).정성(精誠)이다.
우리가 말하는 공부를 중국사람들은 독서(讀書)라고 한다.책읽기인 셈이다.그렇다면 우리는 공부의 뜻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이아닐까. 약 20년 전쯤 크게 유행했던 TV영화에 쿵후(Kungfu)가 있었다.사실 그 쿵후가 바로 工夫(功夫)며 그것은 광범위하게 무술(武術)을 의미한다.본디「꿍푸」였던 것을 영어로표기하다 보니「쿵후」로 둔갑하게 된 것이다.
1949년 현재의 중국이 건국되면서 「功夫」라는 말 대신에 「武術」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되었고 그것이 영어 덕분에(?)또다시「우슈」로 둔갑하게 된 것이다.武術의 정확한 중국발음은「우수」다. 그래서「공부 좀 해라!」라는 말은 책읽기 대신에 밖에나가 태권도나 유도같은 「무술이나 좀 연마해라」는 뜻도 된다.
「공부하라」는 말이 듣기 싫어 국민학생이 자살까지 했다니 참으로 안타깝다.이제「독서 좀 해라」로 고치면 어떨까.그렇지 않아도「공부」라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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