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상품 품질 어느정도 되나-광산물 A급 경공업제품 C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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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정부의 11.8 대북(對北) 경협재개 조치를 계기로 북한産 상품의 품질과 가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북한 경제의 현주소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GNP등 차가운 경제지표가 아니라바로 북한이 만들어내는 상품수준이기 때문이다.
북한産 제품을 크게 위탁가공상품.농수산물.광산물.경공업제품등4개로 품목으로 나눠볼때 위탁가공 제품과 농수산물은 대체로 B+,광산물은 A-,경공업 제품은 C정도의 평점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89년부터 시작된 남북위탁가공 방식의 북한산 제품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한마디로 북한이 만들어낸 의류.가방의 품질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는 것이다.위탁가공방식으로 북한으로부터 남자용 바지를 들여오고 있 는 한 무역회사관계자는『몇년전에 비해 북한의 봉재.재단기술이 상당히 좋아진 것은 물론 불량률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농수산물도 대체로 좋은 점수를 받고있다.농수산물 유통공사는 지금까지 몇차례 들여온 북한산 감자.땅콩.녹두.율무등에 대해 감자를 제외한 이들 상품에 「양호」판정을 내리고 있다.
다만 북한산 감자는 남쪽 것에 비해 맛이 다소 뒤떨어지고 껍질이 두꺼우며 크기도 작다.무게가 남쪽 감자보다 50~1백g 덜나가는 1백~1백30g이다.북쪽이 그동안 농산물 종자개량에 소홀했음을 반영한다.
무연탄과 시멘트등 광산물은 북한의 수출품중 가장 높은 점수를받고있는 품목이다.북한산 석탄을 분석한 대한석탄공사 기술연구소측은 『북한산 무연탄은 ㎏당 5천9백㎉ 상당의 열량을 발생,외국산에 비해 다소 떨어지기는 하지만 국내탄과의 혼합성이 놓은데다 도입가격이 낮은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남한은 지난 89년부터 연간 20만t 상당의 북한산 무연탄을들여오고있다.북한산 시멘트를 들여온 국내 기업들도 북한산 제품이 국산보다는 다소 못하지만 중국산 보다는 질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북한 시멘트를 분석한 국내 시험기관들도 이 시멘트가 국내 KS 규격의 최저 기준에 해당되기는 하지만 중국산 보다는우수하다고 판정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북한 시멘트 사이에서도 인기 상품이 있다는 것이다.북한으로부터 들여오는 시멘트는 대개 금강표와 사슴표등인데 국내시장에서는 금강 시멘트가 사슴표 시멘트를 누르고 있다.금강시멘트가 품질에 앞서기 때문이다.
이에비해 생사(生絲)와 비누등 경공업 제품은 높은 평가를 받지못하고 있다.지난 90년부터 북한 청천강 합영회사.평양제사공장에서 생산된 생사를 들여온 국내 기업들은 북한 기업들의 이들생필품 품질관리가 엉망이라고 말하고있다.단적인 예로 생사의 국제규격은 타래당 중량이 2백g인 반면 북한산은 1백g이라는 것이다.또 같은 생사라도 청천강 합영회사의 제품은 다소 좋은 편이나 평양제사의 것은 품질관리와 포장상태가 불량하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崔源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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