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오염을벗긴다>11.의령.함안-전문가 의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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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천3백만명 유역주민들의 생명수가 되고 있는 낙동강이 소생불가능한 상태로 썩어가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91년 페놀오염사건 이후 2백만명 경남도민의 식수원인칠서정수장에 고도정수시설을 갖춰「맑은 물」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지금까지 나아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같은 정부발표의 배경은「맑은 물」공급이 고도정수시설로 가능하다는 일종의「기술주의」에 빠져있다.
그러나 최악의 상태인 낙동강 물이 특정오염물질만 제거한다고 당장 맑아질 성질의 물이 아니라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최첨단산업시대로 가고 있는 현시점에서 낙동강변에 위치한 각 공단이 끊임없이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고 강물속에 과연 어떠한오염물질이 함유돼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고도정수시설만 갖춰「맑은 물」을 공급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 설(語不成說)이다. 무엇보다 당장 시급한 사안은 고도정수시설의 투자보다 10배가 더 들더라도 낙동강 원수의 근본적인 수질관리다.
주요 오염원인자인 각 기업체에서 갖추고 있는 폐수처리시설의 기능과 가동상태를 과학적으로 점검,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모든 생활하수의 배출도 근원적으로 규제해야 한다.
흔히들 낙동강 오염의 책임을 상류쪽으로만 돌리고 있으나 우리주변의 소하천에서 유입되는 생활하수.축산폐수의 오염도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요컨대 소 한마리가 배출하는 축산폐수가 사람의 10배나 되고오염부하량도 전체 오염부하량의 15~20%나 차지한다는 사실을간과해서는 안된다.
하천 주변의 영세한 축산농가들은 대부분 폐수처리시설을 갖출 경제적 여력이 없다.
따라서 정부가 일종의 농촌세등 새로운 세원을 발굴,재원을 확보하고 축산농가별로 폐수정화시설을 갖추는데 적극 지원하지 않으면 축산폐수에 의한 수질오염은 영원히 막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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