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레이건 보수의 3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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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데올로기의 진자(振子)는 시계추처럼 좌우로 반복한다.미국(美國)의 정치는 이 진자운동의 한 전형이다.보수와 진보가 쉬지않고 널을 뛴다.
흔히「진보」로 번역되는「리버럴리즘」(Liberalism)은 사회주의의 미국적 이름이다.그 원뜻은 자유주의다.개인적 자유에대한 정부 간섭에의 저항을 의미한다.
귀족정치의 압제(壓制)에 항거한 영국(英國)및 프랑스 중산계급의 이데올 로기였다.
2백여년후인 지금 미국에서 리버럴리즘은「개인의 욕구 실현에 보다 많은 정부의 역할」로 의미가 둔갑했다.뉴욕주지사를 지낸 토머스 듀이는『말의 연금술이 빚어낸 이 시대 걸작품의 하나』라고 경탄했다.
리버럴리즘은 30년대 뉴 딜에서 본격화됐다.44년 루스벨트의「제2의 인권선언」은 모든 국민에게 교육과 취업.보건및 사회보장을 받을 수 있는「사회적 권리」를 약속했다.이후 세금을 거둬정부지출을 늘리는 일은 민주당 부동(不動)의 정책노선이었다.
정치학자 윌리엄 메이어에 따르면 근년들어 60~65년이「안정기」였고 66~73년은 진보선회,74~80년은 보수회귀였다.81년부터 되살아난 진보세력은 마침내 레이건-부시 12년 보수를밀어냈다.그러나 클린턴 재임 2년만에 보수는 밀 물로 급거 돌아섰다. 지금까지 한번 선회의「진폭」은 보통 6~7년이었다.
클린턴은「1기 대통령」은 고사하고 내용면에서「반기(半期)대통령」에 그칠지도 모를 딱한 처지다.공화당은 이번 지역구선거를 反클린턴 캠페인으로 전국화했다.
클린턴측은「레이건의 80년대」에 대한 국민투표로 성격을 규정,정면으로 맞닥뜨렸다.결과는「레이건의 세번째 승리」였다.
클린턴은『국민들이 보다 작은 정부,보다 효율적인 정부,보다 간섭을 않는 정부를 원하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실토했다.그러면서도『정치적 생존을 위해 결코 레이건-부시시대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임을 다짐했다.
그러나 클린턴의 진보적 정책과제들은 이미 곤경에 빠졌다.정부의 보다 큰 역할을 요구하면서도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려는 중산층의 자기모순이 진보이념의 퇴조를 부채질한다.
유럽에서 사회주의는 도처에서 조종(弔鐘)이다.클린턴이 유일의위안이었다.그 클린턴의 진보회귀마저 일시적 역류로 운명지어질 위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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