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반대로 7년간 건립 중단했던 원지동 추모공원 내년에 첫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서울시가 7년 동안 중단했던 서초구 원지동의 추모공원 건립 사업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서울시의회는 최근 예산결산위원회를 열고 원지동 추모공원 건립비용 400억원이 포함된 서울시의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서울시는 추모공원 건립을 위해 애초에 내년 예산으로 550억원을 요청했으나 시의회는 150억원을 깎아 400억원으로 결정됐다.

 서울시가 내년에 추모공원 관련 예산을 반영하고 본격적으로 공원 건립에 나선 것은 원지동 인근 주민들이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올 4월 최종 승소한 데 따른 것이다.

<중앙일보 4월 13일자 2면>

 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추모공원 건립에 반대하고 있어 서울시와 주민들 간의 갈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산안은 6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확정된다.
 서울시는 2001년 추모공원 건립 계획을 발표했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그동안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다.

 ◆내년 예산안에 400억원 책정=서울시는 2012년까지 서초구 원지동 76번지 일대 3만6284㎡(1만995평) 규모에 화장로 11기를 갖춘 추모공원을 지을 계획이다. 추모공원에는 12실의 영안실을 갖춘 장례식장도 설치한다. 시는 내년에 토지 매입에 예산을 대부분 쓸 계획이다. 모두 340억원에 이르는 추모공원 건설비는 매년 예산에 반영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추모공원 인접 부지 12만7836㎡(3만8738평)의 용도를 묘지공원에서 종합의료시설로 바꾸는 것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는 건교부와의 협의를 거쳐야 하지만 순조롭지는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는 추모공원 계획 발표 이후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2003년 이 지역에 국립의료원을 유치하기로 하고 주민들과 합의했다.

하지만 정부는 국립의료원을 충남 연기·공주의 세종도시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주민들 아직도 강하게 반대=서울시의 계획에 대해 서초구와 인근 주민들은 반대하고 있다. 서초구 임동선 사회복지과장은 “혐오시설 자체가 안 된다는 게 아니라 화장로 11기가 너무 많다는 게 서초구의 공식 입장”이라면서 “화장로 5기 규모의 화장장을 짓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청계산 수호 시민연합’ 배기봉(71) 회장은 “주민들은 화장로를 단 한 기라도 허용할 수 없다”면서 “서울시가 화장장 건립을 강행한다면 몸으로 막겠다”고 말했다. 원지동 추모공원 예정 부지 경계에서 1㎞ 안에는 1000여 가구 4000여 명이 살고 있다.

 
성시윤 기자

◆추모공원=‘화장장’이라는 용어가 혐오감을 주기 때문에 ‘추모공원’이라는 표현을 쓴다. 추모공원에는 화장로·장례식장이 들어선다. 현재 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벽제 화장장은 23기의 화장로를 갖추고 하루 평균 82구를 처리해 포화상태다. 이 때문에 서울 시민의 타 시·도 추모공원 이용 비율은 2000년 18.3%에서 지난해는 24.1%로 늘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