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흉부외과 지원자 ' 0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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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흉부외과 의사들이 주인공인 드라마 '하얀거탑' '외과의사 봉달희'의 뜨거웠던 인기도 외과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기피현상을 돌려놓지는 못했다. 지난달 30일 마감된 2008년 전공의(레지던트) 모집 결과 지방병원들은 물론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들도 외과와 흉부외과는 또다시 미달 사태를 빚었다. 특히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의 외면은 더 심했다.

본지가 서울 시내 8개 주요 수련병원 성적 상위 10위권 수련의(인턴) 80명의 전공 지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외과와 흉부외과 지원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생명과 직접 연관되는 수술이 많은 탓에 의료사고의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기피현상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외과 기피현상은 서울대에서도 나타나 외과 전공의 지원자(19명 모집에 18명) 가운데 절반은 다른 학교 출신으로 채워졌을 정도다. 조사 대상 수련병원은 가톨릭중앙의료원과 경희대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고려대 구로병원, 서울백병원, 아주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한양대병원(가나다 순)이다.

◆성적 우수자는 내과.안과 선호=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내과.안과.피부과.성형외과로의 성적 우수자 쏠림 현상은 여전했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이 4개 과의 지원자는 34명으로 42.5%를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내과 지원자가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집계대상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삼성서울병원에서 수련을 받은 성균관대 의대 졸업생 중에서도 성적이 상위 10%에 드는 5명 가운데 공중보건의로 가는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피부과와 안과.신경과.내과를 택했다.

최근 급부상하는 과를 선택하는 성적 우수자도 적지 않다.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인기 과였다. 80명 가운데 재활의학과는 7명, 영상의학과와 정형외과에 각각 5명씩 지원했다. 성적 우수자 가운데 비인기과를 택하는 수련의들은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었다. 조사 대상자 중 유일하게 산부인과를 지원한 고대구로병원 수련의 장익진씨는 "의사는 생활이 고되고 위험부담을 안더라도 생명을 다투는 현장에서 의술을 행해야 보람도 있다는 생각에 산부인과를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산부인과 의사인 어머니도 사실 재활의학과 지원을 원하셨다"고 말했다. 응급상황이 없고, 고령화 시대에 환자가 늘기 때문에 수입이 안정적일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특히 내년부터 시행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재활의학과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영상의학과(과거 진단방사선과)도 2002년엔 전공의 지원율이 0.39대 1에 불과한 대표적인 비인기 과였지만 2004년부터 달라졌다. 2005년 1.22대 1, 2006년엔 1.2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는 영상의학과 역시 수술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데다 CT.MRI 등 최첨단 영상기기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대부분의 진료 과에서 영상의학 전문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수 인력 확보 대책 필요=보건복지부는 현재 외과 등 비인기 전공에 대해서는 수련보조수당을 주고 있다. 내년에는 산부인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정도로는 근본적인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응급 상황이 많은 외과에 대해 의료사고보험 등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씨는 "의료행위에 대한 건강보험 가격(수가)이 묶여 있다보니 비보험 항목이 많은 과가 인기를 끄는 것"이라며 "동료들이 인기 과에 몰리는 것을 탓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김정수.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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