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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올림픽은 중국에 득이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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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중국 지도부는 올림픽이 국가 단합을 위한 에너지원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올림픽은 중국이 발전하는 중요한 순간에 전 세계가 그 약점에 주목하게 할 수 있다. 세계는 이미 주요 투자처로서 중국의 성공과 매력을 알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번영을 위해 많은 희생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질과 대기의 오염이다. 경제성장으로 호수와 강의 70%가 심하게 오염돼 인간이 이용할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13억 중국인 가운데 5억 명 정도가 깨끗한 음용수가 부족한 상태에 시달리고 있으며, 강과 호수의 오염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대기오염은 올림픽이 열리는 8월에 특히 심각해질 것이다. 그래서 운동선수들이 숨 쉬기 어려워하는 모습이 TV에 비칠 수 있다. 기후 변화에 대한 국제 사회의 우려가 증가하고 있어 미디어는 이러한 보도에 더욱 신경 쓸 것이다. 이는 중국이 바라는 게 아니다.

올림픽이 정치적인 곡예가 될 우려도 있다. 전 세계의 눈이 몰린 올림픽은 시위자들에겐 자신의 주장을 알릴 좋은 기회다. 이를 막으려면 24시간 감시가 필요하다. 티베트와 대만·미얀마·다르푸르 문제와 여타 정치·환경·인권 문제를 다루는 활동가들은 이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국은 그린피스·앰네스티, 그리고 파룬궁 지지자들이 거리를 점거할 때 이 사건을 다루고 싶어 하는 외국인 기자 수천 명의 질문에 답할 준비를 하고 있는가? 질서를 베이징에선 유지할 수 있겠지만, 중국 전체에서도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중국은 블로그를 통한 정보와 아이디어의 대대적인 유입에 대처할 수 있을까? 우리는 중국 공무원이 이러한 규모의 도전에 부딪혀 본 적이 없음을 알고 있다.

올림픽은 외교정책 문제도 불러올 수 있다. 대만의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은 올림픽 때문에 베이징이 강하게 나오지 못할 것을 알고 독립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그는 이미 대만의 유엔 가입도 제안해 놓고 있다. 중국은 유엔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그러한 움직임을 막을 수 있겠지만 올림픽을 앞둔 입장에서 국제적인 대립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올림픽이 서구에 어떻게 비칠 것인가라는 문제도 있다. 2001년 이후 중국은 선진국 세계에서 관심의 초점이 돼 왔다. 무역 불균형과 통화가치 절하 문제, 중국산 제품의 결함과 위험성은 미국과 유럽에서 보호주의적 반격에 불을 지펴 왔다. 이라크와 이란 문제에다 경제 전망마저 암울한 미국인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신흥 중국의 화려한 등장을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아시아의 이웃들이라고 중국을 잘 받아들일까? 만약 올림픽 도중 뭐라도 잘못되면 국제적 비판이 뒤따르기 십상이다.

중국은 7년 전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뒤 많이 변했다. 공산당 지도부는 국제적 역할이 증가하면서 자신감을 더 많이 갖게 됐지만, 자국을 통제하는 능력은 더 불확실해졌다. 과거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은 올림픽이 산업화한 중국의 성장을 전 세계에 알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후임인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보다 조화로운 사회를 강조해 왔다. 빈부격차와 사회적 긴장, 환경과 공공 건강 프로그램, 중국의 빈민층과 공산당의 관계는 더 이상 무시될 수 없다.

중국 지도자들이 이러한 도전에 맞서는 것을 국제사회의 관객들은 어떻게 볼까? 대회가 끝났을 때 그들은 베이징 올림픽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정리=백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