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일본서 활동하는 보아·시아준수 ‘애니밴드’로 만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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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등촌동 88체육관에서 프로젝트 그룹 ‘애니밴드’의 콘서트가 열렸다. 보아(사진·左)·시아준수(右·동방신기)·타블로(에픽하이)에 재즈 피아니스트 진보라까지,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밴드를 구성한 꿈의 무대였다.

이들을 한데 모은 것은 ‘애니콜’ 브랜드였다. 2005년부터 이효리를 앞세워 ‘애니모션’ ‘애니클럽’ ‘애니스타’ 등 토털 엔터테인먼트 광고(뮤직 비디오를 광고, 온라인 음원·동영상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를 해온 애니콜은 이번에 장르별로 활약이 두드러진 스타들로 ‘애니밴드’를 만들었다. 음악은 물론 대화와 사랑도 자유롭지 못한 통제사회에서 네 명의 전사가 휴대전화로 음악을 전파하며 싸운다는 내용의 뮤직비디오도 찍었다.

이날 콘서트도 이런 컨셉트로 이뤄졌다. 애니밴드는 3000여 관객에게 온라인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광고음악 ‘TPL’ ‘프로미스 유’(Promise You) 등을 연주했다.

보아와 시아준수는 이날 듀엣 무대를 선보였다. ‘어 홀 뉴월드’(A Whole New World·‘알라딘’ 주제가)를 아름다운 하모니로 노래했다. 둘이 듀엣곡을 부른 것은 처음이다.

보아와 시아준수는 스물한 살 동갑이지만, 데뷔는 보아가 4년 선배다. 애니밴드 활동으로 둘은 더욱 친해져 스스럼없이 반말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전에는 몰랐던 서로의 휴대전화 번호도 알게 됐다. 공연 직전 대기실에서 이들을 단독으로 만났다. 애니밴드 광고의 주제인 음악의 소중함에 대해 먼저 얘기했다.

“음악이 사라진 세상, 상상만 해도 암울해요. 음악이 없어지면 애니밴드 뮤직비디오처럼 어둡고 메마른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안 그래도 요즘 음악이 점점 잊혀지는 것 같아요. 뮤지션이 피땀 흘려 만든 음악을 사람들이 마음으로 들어줬으면 좋겠어요.”(보아)
 
“음악은 감정 그 자체예요. 음악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화가 있었을까요. 흑인음악이 발전한 것도 흑인노예들이 고된 노동을 하면서도 음악의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죠.”(시아준수)
 
보아는 8년간 음악을 했지만 그룹활동은 처음이었다고 즐거워했다.

“일본에서 다른 뮤지션과 협연을 많이 해봤지만, 이렇게 그룹을 해본 것은 처음이에요. 밴드의 일원으로 음악을 발표하고 공연하는 것 자체가 무척 신선했어요. 그룹활동은 기댈 데가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보아는 올해 연기에 도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계획에 그치고 말았다.

“영화·드라마 제의가 많이 들어왔지만, 쫓기는 마음으로 연기를 하는 것은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좋은 모습 보여드리려고 욕심을 내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준비 기간이 길수록 팬들의 기대치도 높아지는 법인데, 그것도 부담이 됐죠. 내 스스로 자신감이 충족될 때 연기자 보아의 모습을 보여드릴 겁니다. 현재 연기와 6집 앨범을 동시에 준비 중이에요. ‘가수로서 무대에 설 때 가장 행복하구나’ 하는 생각이 요즘 들어 더욱 강렬해집니다. 성인이 돼서 그럴까요. 무대 하나하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더 신중해지네요.”

보아와 동방신기는 요즘 일본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말 일본 ‘2007 베스트 히트 가요제’에서 나란히 ‘골드 아티스트상’을 받았다. 보아는 6년 연속 수상, 동방신기는 첫 수상이었다.

시아준수는 일본에서 제이팝(J-POP) 가수로서 입지를 굳히고 싶다는 욕심을 내비쳤다.

“2005년 일본에서 데뷔할 때는 일본에서 최고가 되고 싶었어요. 지금은 그런 목표보다 제이팝 가수로 입지를 굳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만 이뤄도 기쁠 것 같아요. 일본 팬들이 우리 음악에 열렬히 호응해주는 것만도 행복하죠. 동방신기는 일본에서는 신인이라는 마음으로 무대에 오릅니다. 국내 데뷔 때의 초심을 잃지 말자고 멤버들끼리 다짐했죠. 내년에는 새로운 앨범으로 국내 팬들을 만날 겁니다. 일본 활동 때문에 1년 정도 국내 활동을 못했는데, 훌륭한 가수가 많이 나와서 긴장이 되네요. (웃음) 원더걸스도 멋있고, 에픽하이도 좋아해요. 에픽하이의 ‘팬’은 일본에서도 차 안에 틀어놓을 만큼 좋아하는 노래예요.”

정현목 기자

사진=연합·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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