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經協으로 남북관계 활로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남북한의 경제협력을 북한정책의 기조로 삼겠다는 이번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정책전환 성명은 韓민족을 대결과 전쟁의 위험으로부터 해방시켜 새 시대를 개척케 할 계기가 될 것 같아 아주큰 기대를 갖게 된다.
돌이켜보면 지난 반세기동안 우리 한민족은 남북으로 나뉘어 내란과 전쟁,그리고 강대국들의 권력투쟁의 희생물이 돼 왔다.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부터 우리중에는 분단과 전쟁 같은 민족적 비극이 강대국간의 권력투쟁의 산물이었음을 잊고 대결과 상호불신이 남북한관계의 정상(正常)인 것처럼 믿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다행히 90년대 들어 우리민족은 국내외 정세와조건변화에 힘입어 우리가 지혜롭기만 하면 우리의 힘과 노력으로이제 스스로를「해방」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그 기회는한국이 이룩한 놀라운 경제발전과 경제력을 중심으로 한 총체적 국력이 크게 신장돼 있는 변화다.5천년역사에 처음으로 한민족은「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제발전과 엄청난 경제력을 가졌다.이 경제력을 어떻게 활용 하는지에 한민족의 장래가 걸려 있다.남북한관계의 개선도 경협의 길을 통하는 것이 가장 첩경이고 현단계에서는 유일한 방법일 것 같다.남북한은 경제문제,즉 경협영역에서쉽게 상호의 공동이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군사.정치영역에서는 아직도 상호간의 깊은 불신과 경쟁 때문에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그러나 만약 남북한이 경협에 성공해 상호간에 경제적 의존성이 형성되고 신뢰감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경제적 협력관계가 정치.군사영역으로 확대 돼 남북한의 기본관계 변화에 크게 영향을 줄 것임은 명확하다.
이러한 기대와 전망 때문에 이번에 정부가 북한핵과 대북(對北)경협문제의 연계정책을 수정한 것은 매우 현명한 결단으로 높이평가한다.
옛 소련을 중심한 공산권의 붕괴이후 북한은 그들을 지켜 주던군사동맹체제의 와해는 물론 외교적 고립으로 국제적 「고아」가 돼 있다.더욱이 경제적으로는 최악의 파산상태에 있다.
따라서 분명한 사실은 북한은 이제 더 이상 한국을 위협 할 수 있는 경쟁자도 적대자일 수도 없고 벌써 한국의 관리대상이 돼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자신을 갖고 과감하게 경협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