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다이애나 애정의 첫 단추 잘못 끼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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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명예.지위.금전등 모든 것을 가지고 동화같은 삶을 사는 것으로 알았던 영국의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불행한 별거에 들어간지 2년이 되도록 정상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이에따라 최근 영국에서는 둘의 불편한 관계와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담은 스캔들 관련 서적들이 발간 러시를 이루며 흡사 찰스와 다이애나의 대결같은 국면을 연출하고 있다.국내독자도 많은 관심을 표하고 있는 이들 책자를 입수,불화의 내막을 소개한다.
[편집자註] 이 책은 왕세자 찰스의 고백록 같은 성격을 갖고있다.자신이 쓰거나 구술한 것은 아니지만 저자와 장시간에 걸친대화,편지와 일기장 제공등을 통해 사실상 공식 승인한 자서전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영국의 방송작가이자 TV진행자인 조너선 딤블비가 펴낸 이 책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찰스의 세가지 고백이 이 책속에 담겨있기 때문이다.20년 이상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면서 밀회를 즐긴 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다이애나와의 애 정없는 결혼결정에 얽힌 내막,그리고 결혼후 두 아들을 낳고 살면서도 한번도 다이애나를 사랑한 적이 없다는 고백이 그것이다.
그중 가장 세인의 관심을 끄는 내용은 찰스와 밀회를 즐긴 한여인에 대한 부분이다.그녀의 이름은 카밀라 파커볼즈.올해 46세로 찰스보다 한살이 많다.현재 영국육군준장이며 왕실근위대 군견군마부대 단장인 앤드루 파커볼즈(54)의 부인 이다.
둘이 처음 만난 72년 그녀의 처녀때 이름은 카밀라 샌드였다.그때 찰스는 23세,카밀라는 24세.
찰스는『만나자마자 첫눈에 반했다』고 고백했다.당시 찰스는 해군장교로 잠시 육상근무를 하고 있었으나 이내 바다로 나가야만 했다.육상근무 6개월간 둘은 사랑을 불태웠으나 결혼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찰스가 함정에 승선해 해외순항근무를 하는 동안 카밀라가 옛애인이었던 앤드루 파커볼즈대위와 재회하고 결혼해 찰스를 떠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은 79년 유부녀와 왕세자로 다시 만났고 뜨거운 관계는 이어졌다.이 둘의 관계를 가까운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제2의「윈저공과 심프슨부인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았다.카밀라는 남편 앤드루와 이혼하지 않았으며 찰 스의 부모들은 다이애나와의 결혼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 관계는 81년 찰스가 다이애나와 결혼하면서 정리됐다.찰스는 헤어지면서 석별의 뜻으로 팔찌를 선물했다.결혼후 찰스는 다이애나에게 카밀라와의 관계를 고백하고『모두 다 끝났다』고 선언했다.하지만 이 문제는 두고두고 다이애나와의 불화 를 부추기고둘 사이를 파고들어 틈새를 넓히는 역할을 했다.
찰스와 카밀라의 연인관계는 일시 해결됐지만 둘이 완전히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카밀라는 왕실근위대에 근무하는 남편 때문에 계속 찰스 주변에 있게 됐다.찰스는 카밀라의 아들 톰의 대부가되기도 했다.
카밀라와의 관계가 재개된 것은 다이애나와의 사이가 불편해진 이후였다.부부관계가 원만치 못하게 흘러가던 86년부터 87년 사이 찰스는 카밀라와 세번째 사적인 만남을 시작했다.
찰스는 그녀를 만날 때마다 안정을 얻었다고 고백하고 있다.카밀라는 파경으로 용기와 의욕을 잃고 실망하고 있던 왕세자에게 남성으로서의 힘과 활력을 되찾는데 큰 도움을 줬다.
찰스는 결혼이 파경을 맞을 당시『카밀라가 없었으면 스스로를 주체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실토하기까지 했다.정신적으로는 카밀라가 부인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게다가『파경을 맞을 때까지 다이애나와는 서로를 존경하고 정절을 지키려 했다』고 고백해 다이애나와 파경 이후에는 부정이 있었음을 간접 시인했다.
20년간 한 유부녀를 잊지못하고 세차례에 걸쳐 만남과 이별을반복하면서 밀회를 즐겼다는 고백은『자신을 책임질 줄 아는 용기있는 남성』이라는 격려에서부터『공인으로서 할 말은 아니다』는 비판까지 다양한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카밀라 때문에 결혼생활이 위기를 맞은 것은 결코아니며 친구 관계로 자신이 어려운 시기에 도와준 것』이라고 해명했다.카밀라와의 만남이 찰스에게 위안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결혼생활에는 당연히 부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이 책의 고백중 다이애나에 대한 이야기는 크게 두 부분이다.
하나는 81년에 했던 결혼 결정에 얽힌 사연이다.그는 결혼을 스스로 결정하지 않았으며 다이애나에게 애정을 느끼지도 않았다.
찰스는『둘의 결혼은 아버지인 필립공의 요구에 의한 것』이었다고고백했다.
스코틀랜드의 왕실 별장에서 다이애나를 처음 본 필립공은『저만하면 왕비감으로 괜찮고 언론에서도 시비를 걸지 않을 것』이라며찰스에게 프로포즈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찰스는 당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새장속에 갇힌 느낌이다.나는 자유가 그립다』고 호소해 결혼에 대해 공인으로서의 왕세자와 한 개인으로서의 찰스가 갈등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다.찰스는『결혼 당시는 물론 결혼후 지금까지 한순간도 다이애나를 사랑한 적이 없다』는 충격적인 자기고백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찰스는 현재로서는 이혼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왕위를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못박고 있다.
이런 발언들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이해받기보다 가장으로서의 책임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다이애나에 대한 동정과 찰스에 대한 비난을 야기했다.
다이애나가 기병장교와 3년간 밀애를 즐겼다는 내용의『사랑에 빠진 다이애나』가 출간된지 2주만인 지난 10월중순 나온 이 책은 현재 영국에서 왕실존속문제와 이혼등 다양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찰스의 전기인『웨일스의 왕자』가 찰스의 솔직한 심정을 대변했다면 다이애나에 대해 서술한 이 책은 다이애나의 분통을 터뜨리게 하고 눈물을 흘리게 만든책이다.
『의사 지바고』의 저자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조카손주뻘인 안나 파스테르나크(27.자유기고가)가 지은 이 책의 핵심이 전기병장교인 휴위트 소령과 잠자리를 적어도 7번은 같이 했다는 폭로에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난 3월 영국 육군에서 기병대 소령으로 예편했고 아직 미혼인 36세의 제임스 휴위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것이다. 휴위트는『다이애나비에 유혹돼 그들 부부의 거처인 캔싱턴궁에서도 정사를 나눴다』고 주장하고 있다.
휴위트에 따르면『둘의 관계는 86년 런던에서 열린 한 파티에서 만나면서 시작돼 91년까지 5년간 지속됐다』고 말하고 있다.그는 다이애나에게 승마를 가르쳤으며 팝뮤직과 영화를 주제로 긴 이야기를 함께 나누기도 했는데 둘은 곧 열정적 인 키스를 나누고 이윽고 정사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후 둘은 휴위트의 집과 캔싱턴궁,다이애나비의 별장등에서 관계를 가졌다고 적고 있다.
휴위트가 제공한 다이애나의 편지는 『당신 팔에 안기고 싶다.
어젯밤은 매우 행복했다』등의 이야기가 적혀있다.
이 책은 10월3일 영국에서 출간되자마자 하루에 7만5천권이나가는등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고 왕실은 저자에게 분노에 가득찬태도를 보였다.
다이애나는 이 책의 내용에 대해 『그런 일은 있지도 않았고 할 수도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다이애나는『소령에게 편지를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그가 걸프전에 참전하게 됐을 때 격려차 보낸 것일뿐 연애편지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
이 책은 큰 대중적 인기를 끌었지만 생각있는 사람들의 반응은차가웠다.권위있는 더 타임스紙는 『전혀 가치없는 책이지만 독자들이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썼으며 데일리 미러紙는『돈을 벌기 위해 다이애나의 신뢰를 배반한 휴위트는 유 다같은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蔡仁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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