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신세대>카페하며 실내장식도 김광재.김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몇몇년 전 한 재벌그룹 회장이 자서전에서 「카페나 하겠다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걱정했던 것에 아랑곳없이 젊은 카페경영자들은늘어가고 있다.
홍대앞과 청담동 두 군데에서 카페를 하는 김석(金石.27)씨는 『홍대앞 카페의 30%정도는 20대가 주인』이라고 말한다.
분위기가 괜찮다는 평을 듣는 몇몇 카페들은 미술전공자인 주인들이 직접 인테리어를 한 곳이라고 덧붙인다.
서울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한 김씨도 중앙대 미대에 다시 입학,그림공부를 시작했으니 그런 주인 중의 한 명인 셈.『대학나와서웬 미친 짓이냐』며 카페경영을 마뜩찮아 하는 부모로서는 그가 한편으로 실내인테리어 일을 한다는 것이 다행스럽 다.
홍대에서 공업디자인을 전공한 동업자 김광재(金廣宰.28)씨와함께 그동안 20여군데의 크고 작은 카페의 인테리어를 꾸몄다.
지금 두 사람은 밤섬이 바라다보이는 한강변에 5층짜리 카페건물을 새로 짓고 한창 실내장식에 열중하고 있다.
『소줏집에서 젓가락을 두드리거나 여자가 나오는 컴컴한 술집에가기에는 너무 젊은 30대들을 겨냥하고 있지요.』 개인용 양주박스에 술을 맡겨 두고 마시기에는 20대는 너무 어리지 않느냐는 설명이다.
김석씨는 「순수미술을 하는만큼 따로 돈을 벌어야 할 것 같아」2년전 홍대앞에 처음 카페를 열었다.청담동의 두번째 카페에는재즈라이브 무대를 꾸몄다.재즈팬은 아니지만 재즈가 상품성 있는장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홍대앞에서 압구정동 쪽으로 진출해 유일하게 성공한 사례』라며 자랑한다.
압구정동 유흥업소 밀집 블록에서 조금 떨어진 곳을 선택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귀띔한다.
임대료도 더 싸지만 압구정동은 다른 동네에 비해 불법주차 견인이 심해 주차장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는 장사하기 힘들다고 한다. 경찰병력이 자주 활보하는 것도 장사분위기를 망치는 요소라며 『그런 게 바로 기성세대가 우리를 보는 눈』이라고 비난한다. 김씨는 자신의 경영비결로 인테리어뿐 아니라 찾아오는 손님들과 주인이 함께 어울려 술을 마시는 분위기를 꼽는다.
친해진 고객들에게는 회원가입을 권유,지금까지 3천명 가량을 관리하고 있다.인테리어는 한군데에 돈을 모아 쓰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딱 들어와서 근사하다고 탄성이 나오게 해야지요.그런 다음에차림표를 내놓으면 꾸며 놓은 것에 비하면 비싼 게 아니라고들 느끼게 되지요.』 김석씨는 『3년 남짓 친척이 하는 광화문의 커피숍 일을 도우며 만난 직장인들이 식사후 요식행위 로 차를 마시는 데 비해 요즘 상대하는 고객들은 분위기 좋은 데를 찾아차를 몰고 나서기를 꺼리지 않는다』고 차이점을 설명한다.
***“밀집지역내 영업은 끝” 『요즘 카페는 자연적이고 편안한 분위기가 유행』이라는 김광재씨는 강변의 새 카페를 한강이 환히 보이는 통유리 벽면에 키 큰 흔들의자,등받이 가운데가 높아지는 고전적인 소파로 꾸몄다.『더 이상 홍대앞이나 압구정동같은 밀집지역에서 성 공하기는 힘들다』고 잘라 말하는 김석씨는 『작은 섬을 통째로 인테리어 해보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李后男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