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의현장>한화 지연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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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지난 4일부터 시작된 한화 마무리 훈련이 한창인 대전구장.95시즌을 준비하는 투수 13명 가운데 유독 한선수만 운동장 한편에서 투구훈련을 하고 있다.다른 12명의 투수는 3개조로 나뉘어 러닝과 체조,간단한 수비훈련을 한다.정식으로 피칭을 하는투수는 딱 한명뿐.데뷔 4년째를 앞둔 지연규(池連奎.26)가 그 주인공이다.
92년 당시로서는 팀 사상 최고대우인 계약금 8천7백만원,연봉 1천2백만원을 받고 프로에 데뷔했던 池는 기대와는 달리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했다.데뷔 첫해 2승,93년 2패를 기록한게 전부.올해는 그나마 승,패조차 기록하지 못 했다.4월에잠깐 1군에 모습을 보이는가 싶더니 그 후에는 아예 2군으로 내려가 틀어박혀 버렸다.올시즌 1군성적은 4게임에서 4이닝을 던진게 전부.아마에서 국가대표 주전으로 뛰면서『커브는 역시 지연규가 최고』라던 명성은 온데간데 없 이 사라지고 주위의 한숨과 본인의 좌절만이 남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올시즌이 끝나갈 무렵부터 페이스를 되찾기 시작했고 이제는 한화 코칭 스태프나 본인도 95시즌을 잔뜩벼르고 있다.『하루에 80개씩 4일을 던지고 하루를 쉽니다.12월10일께까지 꾸준히 투구를 해 감을 잃지 않 는다면 95시즌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릴 자신이 있습니다.』池는 하루에 80개 정도를 던진다.빠른 공을 50개 정도 던진 뒤 변화구는커브 2개.슬라이더 1개의 비율로 섞는다.내년에 보여줄 비장의무기 투심패스트볼은 날씨가 다소 쌀쌀 해 감추어 놓고 있다.
93년까지 변화구,특히 커브를 던지면 오른쪽 팔꿈치에 통증이느껴져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했던 池는 93년 시즌이 끝난뒤 어깨통증으로 시달리던 구대성(具臺晟)과 함께 재활트레이닝에 들어갔다.한때는 팔꿈치 수술도 고려했으나 MRI( 자기공명촬영)를 찍어 본 결과 재활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
튜빙과 웨이트에만 매달려 93년 가을과 겨울을 보낸 池는 누구보다 부푼 기대로 94시즌을 맞았다.그러나 오랫동안 마운드에 오르지 않아서인지 밸런스가 흐트러져 있었다.하는 수 없이 1군을 포기하고 2군에서만 30이닝이 넘게 던지며 감을 찾았다.결국 올시즌이 끝나갈 무렵에야 정상적인 투구폼을 찾을 수 있었다.지연규는 10월13일부터 시작됐던 휴가기간중 일요일을 빼고는하루도 쉬지않고 김정무 (金正武)2군투수코치와 함께 운동을 했다.또 마무리 훈련에서도 혼자만 피칭을 하며 95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제 가장 친한 친구 정민태(鄭珉台.태평양)가 일어섰듯이 저도 반드시 일어서 보이겠습니다.』池는 올해 화려하게 재기한 정민태를 거울삼아 95시즌의 비상을 다짐하고 있다.
[대전=李泰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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