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선 … 전문경영인 둬 한 해 1조원 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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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키위시장의 20%를 장악하고 있는 뉴질랜드. 여러 키위 수출업체가 난립할 것 같지만 이 나라 키위 브랜드는 '제스프리' 단 하나다.

골드키위 등을 수출해 한 해 1조원을 벌어들이는 '알짜배기' 농민조합이다. 1980~90년대 초반 경쟁이 심화돼 키위 농가의 수익이 급감하자 농민들이 스스로 조합을 결성해 제스프리를 출범시켰다.

현재 이 회사의 지분 100%는 농민이 갖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키위만 생산할 뿐이다.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마케팅과 연구개발(R&D)을 맡기는 대신 농민 대표는 이사회를 통해 경영진을 감독.견제한다. 3년마다 경영진의 실적을 평가해 재신임 여부를 결정한다. 뉴질랜드가 독보적인 '키위 왕국'으로 군림하는 비결이다.

오렌지의 대명사 미국 '선키스트'는 세계 최대 농민조합이다. 이 회사는 90년대 값싼 호주.남아공산 오렌지가 미국시장을 잠식하면서 생존의 기로에 놓였다. 이때 조합이 꺼낸 위기 극복 카드는 전문경영인 영입을 통한 조직 혁신이었다. 조합은 경영진에게 자율경영을 보장하되 사외이사를 늘려 지배구조를 개편했다. 그리고 경영 책임은 엄격히 물었다. 비 수확기에는 오렌지를 수입.판매하는 등 새로운 수익원도 확보했다. 농산물의 판매를 늘리기보다 조합원의 수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네덜란드 최대 청과 유통업체인 '그리너리'도 소유와 경영이 확실하게 분리된 것은 마찬가지다. 수입 농산물이 밀려들고, 유럽에서 네덜란드 농산물시장이 쇠퇴 조짐을 보이자 96년 9개 경매조합을 합병해 만들었다. 그리너리는 경매소를 운영하지만 판매사업은 자회사인 '그리너리BV'를 만들어 전담하게 했다. 조합이 그리너리BV를 소유하고 있으나 그리너리BV는 철저히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특별취재팀 = 정경민.박혜민.윤창희.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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