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키즈] 보디 토크 … 사춘기 외모에 관한 진실 vs 거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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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 성내초등학교 5학년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보디토크’ 교육에서 학생들이 ‘외모에 관한 진실과 거짓’을 알아보는 시간에 OX 퀴즈를 하고 있다.

주부 김은정(43)씨는 고2 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딸이 “고3이 되면 바빠질 테니 이번 겨울방학에 꼭 쌍꺼풀 수술을 해야겠다”며 고집 부리고 있는 것. 김씨는 “처음엔 겉모습에 신경 쓰는 아이가 한심하게 생각됐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니 어렸을 때부터 ‘아빠 닮아 눈이 작다’며 딸의 외모를 꼬집어온 내 탓도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외모에 민감하다. 특히 TV·잡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쌍꺼풀 진 큰 눈에 오뚝한 콧날, V라인 턱에 작은 얼굴, 큰 가슴에 마른 몸매 등 정형화된 여성을 ‘미의 최고’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집에선 아이들의 그런 고민을 흘려버리기 일쑤다. 주로 학업성적에만 신경 쓰기 때문이다. 이때 부모가 “너는 이미 그 자체로 예쁘고 소중한 존재”라는 자신감을 줄 수 있다면 어떨까.

 한국청소년연맹이 주관하고 뷰티브랜드 도브가 후원하는 무료 교육프로그램 ‘보디토크(Body Talk)’ 현장을 찾았다. 청소년들이 외모에 대한 집착·압박에서 벗어나 자존감을 높이고, 타고난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도록 도와주는 자리다. 영국 식이장애협회가 도브 교육기금으로 개발한 프로그램을 국내 실정에 맞게 다듬었다. 지난해 시작, 지금까지 초·중 학생 1만여 명이 교육을 받았다.

 17일 오전 서울 봉천동의 한 중학교. “여러분 앞에 나눠준 ‘특별한 나’ 질문지를 완성해 보세요.”

 

이악우(50) 한국청소년연맹 간사가 2, 3학년 여학생 30여 명에게 이렇게 주문했다. 바로 전에는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토론했었다. 질문은 모두 7항목. ‘내가 좋아하는 것’ ‘이것만큼은 내가 최고’ ‘행복함을 느끼는 순간’ ‘나의 매력 포인트’ ‘내가 가지고 있는 좋은 점’ ‘나에게 주는 칭찬 한마디’ ‘나의 보물 1호’ 등이다. 학생 대부분 선뜻 답을 적지 못했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질문지는 집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가족 간에 서로 깨닫지 못하는 매력이나 장점을 말해줄 수 있다.

 “자신의 외모나 아름다움에 대해 엄마와 얘기해 본 적이 있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손을 든 학생은 여섯 명에 그쳤다. “어떤 이야기를 나누느냐”고 묻자 그나마 다들 “주로 성형수술에 관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수경양은 “외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나중에 성형수술하고 단식원에 가서 살 빼면 된다’는 엄마의 말을 듣고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도브가 지난달 12∼16세 여학생 250명과 12∼16세 딸을 두고 있는 어머니 25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어머니 4명 중 1명이 자녀에게 성형수술을 권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가장 흥미를 보인 시간 중 하나는 ‘외모에 관한 진실 vs 거짓’. 미디어에 등장하는 모델이나 배우가 화장술·포토샵 등으로 어떻게 이미지를 왜곡하는지를 영상물과 교재를 이용해 생생하게 보여줬다. “교재를 보세요. ‘타이타닉’의 주연 배우 케이트 윈슬릿입니다. 왼쪽의 평상시 모습은 포동포동한 스타일이지만, 오른쪽의 잡지 표지에 등장한 모습은 ‘쭉쭉빵빵’입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요?”

 OX 퀴즈도 했다. ‘지나가던 사람이 나를 쳐다보면 그건 내가 못생겨서 그런 것이다’ ‘내가 불행한 건 다 내 외모 탓이다’ ‘내가 살을 뺀다면 더 많은 친구가 생길 것이다’ ‘예쁘고 날씬한 사람만이 성공하는 건 아니다’ 등의 문항에 직접 팔을 들어가며 O와 X 표시를 했다.

 강의가 끝난 후 학생 50% 정도가 “외모가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보디토크 교육을 담당하는 한국청소년연맹 명신희 간사는 “아름다움은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에서 나온다”며 “가정에서도 이를 놓고 부모와 자녀 간에 활발한 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청은 한국청소년연맹(www.koya.or.kr, 02-841-9291)에서 학교 단위로 받고 있다.

기선민 기자, 황혜련 패밀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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