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의혹사건에도 외국인은 삼성 주식 왜 살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8호 10면

검찰이 지난달 30일 전격적으로 삼성증권과 삼성SDS를 덮쳤다. 1966년 한국비료 사태 이후 삼성의 최대 위기다. 이 여파로 30일 급등장에도 불구하고 삼성 계열사 주가는 대부분 떨어졌다. 정치·사회적인 이슈가 있는 만큼 주가 하락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개인들이 놀라서 삼성 주식을 팔고 있는 한편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삼성 주식을 사들였다는 점이다. 특히 외국인의 삼성 주식 매수는 의외다. 그들이 무엇보다 기업의 투명성과 지배구조를 중요한 투자 잣대로 삼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지난 한 주간 삼성전자와 중공업 등 6개 계열사 주식을 순매수했다. 또 검찰의 압수수색이 있은 당일에도 삼성전자와 중공업 등 4개 계열사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삼성의 주식을 샀을까. 국내외 애널리스트들의 의견 등을 종합해보면 세 가지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문제의 의혹이 옛날 일이란 점이다. 지금의 삼성은 과거와 달리 투명성과 지배구조가 나아졌다고 믿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많다. 둘째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삼성의 투명성이 한층 더 강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이는 투명성과 지배구조로 홍역을 치렀던 SK·두산 그룹 등이 스캔들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모습을 지켜본 외국인의 학습경험에 따른 것이다. 셋째는 이미 삼성전자 주식을 많이 처분한 외국인이 실적 호전을 예상하고 다시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사실 삼성 사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삼성증권과 삼성SDS에서 자료를 가져간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에 따라 외국인이 어떻게 반응할지 이번 주 증시에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경제적인 이유 이외에 정치·사회적인 문제는 기업의 펀더멘털(기초 체력)과 주가에 오랫동안 영향을 주지 않았다. SK·두산 그룹 등의 사례에서 보듯 비자금·분식회계 사건 등으로 주가가 하락할 때 사들인 투자자는 나중에 많은 이익을 챙겼다. 주가의 향배는 역시 펀더멘털에 달려 있다. 잔파도에 연연하지 않는 뱃심이 필요할 때다.

▶지난 주

28일 채권금리 급등=국고채(5년짜리) 금리 연 6%로 올랐다.
29일 미국 상무부 3분기 경제(GDP) 성장률 잠정치를 3.9%에서 4.9%로 수정했다.
 
▶이번 주

3일 3분기 국민소득=한국은행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를 발표한다.
7일 미국 11월 고용지표=월스트리트는 비농업 부문의 고용이 6만~7만 명 늘어났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달 16만6000명에서 많이 줄어든 예상치다. 실업률은 전달 4.7%에서 4.8%로 높아졌을 것으로 내다본다. 지표가 예상대로 나오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여파로 고용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음이 확인돼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콜금리 결정 회의=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열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