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광고 ‘욕쟁이 할머니’ 강종순씨 “자꾸 컷, 컷 하는데 가슴이 벌렁벌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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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 04면

“왜 붙으라는 손님은 안 붙고 니 놈들(기자)만 붙어.”

신동연 기자

지난달 29일 밤 서울 강남의 욕쟁이 할머니 포장마차.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TV 광고에 출연했던 강종순(67·사진)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강씨가 광고에 나왔던 서울 낙원동 국밥집 주인이 아니란 점 때문에 논란이 됐지만 ‘욕쟁이’인 것만큼은 분명한 듯했다.

그의 실내 포장마차는 한 건물 지하에 있었다. 실내는 허름한 편이었다. 강씨는 “뭐 처먹으려면 있고, 아니면 가라”고 했다. 계란말이와 낙지 떡볶이를 한 접시씩 시킨 뒤 어떻게 대선 광고에 나가게 됐는지 물었다.

“광고 회사에서 찾아왔어. 가보니께 이거 해봐라, 저거 해봐라 하더라고.”

강씨는 충남 연기 출신이다. 지금은 서울 왕십리에 산다. 호남 출신도 아니면서 광고에서 호남 사투리를 썼다는 공격에 대해 그는 “전북과 가까운 곳에서 살다 보니 호남·충청 사투리가 섞였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 출신인 남편이 사업에 실패한 뒤 38세에 동대문에서 노점 포장마차를 시작했다고 했다. 갖은 고생 끝에 한때는 장사가 제법 됐다고 한다. 그는 5∼6년 전에도 한 이동통신 광고에 욕쟁이 할머니로 단역 출연한 적이 있다. 강씨는 “그때 출연료 150만원 받았는데 다 불우이웃돕기 갖다줬다”며 “그런데 이번 건 그렇게 못한다”고 말했다. 요즘은 장사가 너무 안 돼 적자라는 것이다. 게다가 남편이 몇 달 전 직장암 수술까지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이 후보가 경제 살린다니께 지지하는 거지”라고 말했다.

그에게 광고 찍을 당시의 에피소드를 물었다. “암것도 기억 안 난다”며 “자꾸 컷, 컷 하는데 가슴이 벌렁벌렁하더라”고 답했다. 그래도 자꾸 캐묻자 그는 자신이 애드리브도 했다며 자랑스레 말했다. “내가 ‘어, 명백이 니가 웬일이여’라고 했지. 근데 이름 부르는 건 빠졌더구만.” 강씨는 당시 이 후보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못하고 왔다고 했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죽을 때까지 밥은 먹고 살잖여. 딴 생각 말고 그저 서민 위해 정치 했음 쓰겄어.”

30일 그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다른 후보 측에서 ‘위장 광고’라고 공격한다는 말을 전해줬다.

“국밥집 할머니만 욕하고, 포장마차 할머니는 하면 안 되냐! 그리고 내가 국밥도 잘해. 볼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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