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는 절반, 즐거움은 두배(4)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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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 09면

저바다 건너면 임을 만날까 - 인당수 사랑가

연말 무대에 오르는 작지만 울림은 큰 공연들

‘인당수 사랑가’는 낯익으면서도 낯선 이야기를 담고 있는 뮤지컬이다. 제목에서 곧이곧대로 보이는 것처럼 ‘심청전’과 ‘춘향전’을 더하여 애달픈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국악기를 사용했는데도 지루하지 않고 귓전에 휘감기는 선율의 ‘인당수 사랑가’는 때로는 창의적인 각색이 온전한 창작보다 더 신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눈먼 아버지 심학규를 모시고 사는 효녀 심춘향과 고을 사또의 외아들 이몽룡이다. 단옷날 만나 사랑에 빠진 두 젊은이는 함께 달아나 사랑을 이루자고 맹세한다.

그러나 제각기 다른 욕심을 지닌 부모들은 기어이 젊은 연인을 갈라놓고, 춘향과 몽룡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헤어지고 만다. 세월은 무심하게 흘러 새로 부임한 사또 변학도는 춘향에게 연정을 품고 다가가 철없는 시절 사랑의 헛됨을 타이른다. 춘향 또한 아무런 소식을 전하지 않는 몽룡을 기다리다 지쳐 그가 자신을 잊은 것은 아닌지 불안을 느끼기 시작한다.

6년째 무대에 오르며 다양한 실험을 거듭하고 있는 ‘인당수 사랑가’는 단출한 규모에 어울리는 단아한 분위기와 한국적인 소품들을 활용한 연출기법이 먼저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영화 ‘꽃잎’ ‘황진이’의 작곡가 원일이 만든 노래들은 절절한 사연과 슬픔을 과하지 않으나 잊혀지지도 않게 실어 나르고, 손으로 움직이는 인형이 이따금 춘향과 몽룡의 속내를 대신 말하기도 한다.

무대 바닥에서 너울대는 인당수는 별다른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물결 사이 깊고 새파란 슬픔으로 마음을 집어삼킨다.

그렇다고 ‘인당수 사랑가’가 체면치레만 하는 뮤지컬은 아니다. 남자 배우들이 연기하는 동네 처녀들과 요란스레 사또 맞을 채비를 하는 기생들은 웃음으로 극에 탄력을 더한다. 재해석을 거쳐 가장 매력적으로 다시 태어난 인물은 변학도. 짚불처럼 쉽게 타올랐다 허무하게 스러지는 풋사랑을 알고 있는 그이기에 춘향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헛된 노력이 쓸쓸하고 처연하다.

12월 31일까지/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 극장/ 문의: 02-762-9190
일반 3만원, 대학생 2만5000원, 청소년 2만원

가슴을 적시는 그 시절 그 노래 - 달고나

듣고 있으면 지나간 어느 시절이 떠오르는 노래들이 있다. 대입 시험을 마치고 길거리를 배회하던 무렵 거리에서 들리던 노래, 누군가에게 거절당하고선 눈물 젖은 마이크를 붙잡고 울부짖던 노래, 옹색한 자취방에 모여 친구들과 가만가만 부르던 노래.
‘달고나’는 삶의 한 대목마다 삽화처럼 함께하는 그 노래들을 되살리는 뮤지컬이다. 이 소박한 음악극에는 단순히 복고라고만 부르기엔 서운한 정서가 스며 있다.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었던 세우는 꿈을 접고 추억의 물건을 파는 홈쇼핑 프로그램 작가로 일한다. 그는 마지막 방송을 하면서 첫사랑인 지희가 선물했던 구형 타자기를 내놓았는데 ‘옥상 위의 몽블랑 소녀’라는 고객이 그 타자기를 산다. 세우가 이웃집에 살았던 지희와 함께 놀곤 했던 장소가 옥상.

추억에 젖어든 세우는 어릴 적 그 마을을 찾지만 철거 중인 산동네는 황폐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부서진 장독대와 허물어진 담장을 타고, 추억은 조금씩 생생한 빛깔을 되찾으며 세우에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달고나’는 한 가지 드라마를 따라가기보다 이곳저곳 노래를 타고 흐르는 뮤지컬이다.

동네 아가씨를 집적거리는 불량 학생들, 가난했지만 부족한 것이 없었던 MT, 수줍었던 첫 데이트, 한때 생을 걸었던 영화 촬영 현장의 기억마다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들이 시간을 거슬러 오른다. 송창식의 ‘담배 가게 아가씨’, 현이와 덕이의 ‘너 나 좋아해 나 너 좋아해’,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 이문세와 고은희의 ‘이별 이야기’ 등이 그 노래들. 때로는 신나는 쇼를 보는 듯하고 때로는 대책 없는 감상에 빠져들게 한다.

2004년 대학로 아룽구지 극장 작은 무대에서 시작했지만, 몇 번의 공연을 거쳐 입소문이 나면서 2006년에는 충무아트홀 대극장으로 무대를 넓혔고, 관객 수도 12만 명을 넘겼다. 이번 공연은 ‘달고나’의 두 번째 대극장 무대다.

12월 31일까지/ 한전아트센터/ 문의: 02-738-8289
R석 6만원, S석 5만원, A석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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