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뭐가 문제인가] 같은 일 하고도 임금 절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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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비정규직 차별 완화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중요한 노동 현안이었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지만 정규직과의 임금.노동시간 격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연구소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절반에 불과한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정규직의 노동시간은 정규직에 비해 길어졌다. 덜 받은 만큼 더 일해야 하는 고달픈 신세다. 게다가 비정규직은 똑같은 작업현장에서 일하면서도 정규직에 비해 힘이 더 드는 일을 하거나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노동계 내부에서 "노동자 간에도 계급이 형성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올해엔 양대 노총 모두 비정규직 차별 완화를 역점 사업으로 들고 나왔다.

한국노총은 지난 8일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을 체결하면서 이 문제를 위해 임금안정에 협조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노총 역시 이수호 신임 위원장이 임기 내에 예산과 인력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알고 있다. 노사정이 비정규직 차별 완화라는 큰 방향에는 동의한 것이다.

하지만 해법에 대해서는 아직 견해차가 여전하다.

특히 노-노 간의 입장차이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의 대우를 개선하려면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노동자들의 양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노동계는 올해 임금인상 목표를 10% 이상으로 잡고 있다. 임금안정에 협조하겠다고 선언한 한국노총도 협약 체결 전 발표한 올 임금상승 목표(10.7%)가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역시 올해 평균 10.5%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규직의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재계는 "대우가 좋은 대기업 노조가 임금안정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비정규직 격차 문제는 해소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도 경기를 고려해 기업에 부담을 주는 비정규직 우대 정책을 강행하지는 않을 듯하다.

이처럼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을 둘러싼 입장 차이를 좁히지 않고서는 모처럼 대화 분위기를 잡고 있던 노사정이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큰 상태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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