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누구를 위한 세미나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4일 오후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의실에서는 여대생취업과 관련,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인턴사원제의 운용문제와 대책을 논의하기위한「여대생 취업활성화를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주제발표를 맡은 한양대 김재원(金在源)교수(경제학과)를 비롯 ,토론자로 나선 민윤식 리크루트대표,표경희 이화여대 취업지도실장,김현태 대우그룹 노사팀차장, 최기동 노동부 부녀소년과 사무관등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현행 인턴사원제가 지나치게 일류대학.인기학과.남학생에만 편중돼 있어 여대생 취업의 또 다른 걸림돌로 작용한다고비판했다.
그러나 막상 여대생들이 당면해 있는 긴급한 현안을 논의하고 대책을 모색해보는 자리는 썰렁할 정도로「조촐한 잔치」였다.40여명의 참관자중 문제의 당사자인 여대생들은 찾아보기 힘들었고,대부분이「동원된듯한 느낌을 주는」일부대 학생과 여 협직원들이었다.여학생의「문제의식 실종 현장」을 보는듯 했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주최측(여협)에 있었다.적극적인홍보나 노력은 게을리한채「떼우기」에 급급한 인상이다.여대생의 취업세미나 행사를 준비하면서 대학 캠퍼스나 강당등 학생들이 많이 몰리는 장소를 선택하지 않고 비좁은 여협 회 의실(약50명수용규모)을 선택한 점은 행사취지를 무색케하는 대목이다.
또 주제발표문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은채 참석한 토론자가 있는가하면 토론내용도 문제의 핵심에서 비껴난 원론수준에 머무르는등 함량미달의 토론으로 끝나버려 「누구를 위한,무엇을 위한」세미나인지 의심케 하기에 충분했다.
「이맘때쯤이면 여성취업세미나를 해야한다」는 식의 틀에 박힌 편의주의.적당주의는 이젠 과감히 몰아내야 하지 않을까.
토론 막바지에『이번을 끝으로 앞으로 5년동안 여성취업문제에 대해서는 발표하지 않겠다』는 金교수의 자조섞인 발언을 뒤로한채행사장을 나선 기자는 끝내 씁쓸함을 떨칠수 없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