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로비' 진실 게임 휘말린 대상그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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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상그룹 임창욱 회장이 2003년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정치인과 검찰을 상대로 15억원대의 로비를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임 회장의 경호 책임을 맡았다고 주장한 최승갑(50)씨는 30일 KBS.MBC TV와의 전화통화에서 "임 회장으로부터 받은 양도성 예금증서와 수표 15억원어치를 현금으로 바꿔 여권 정치인 6명과 검사 4명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1인당 5000만원에서 2억원까지 전달했고, (돈을 건넨 인사들에 대한) 기록도 다 있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대상그룹 본사 근처에 있는 옛 한빛은행 신설동 지점에서 발행한 1억원짜리 자기앞수표 10장의 사진을 로비의 증거라며 방송사에 보냈다.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최씨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 귀국해 자신이 로비를 한 정치인과 검사들의 신원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최씨는 프레시안 등 인터넷 매체 여러 곳의 게시판에 이 같은 자신의 주장을 올려놓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주간지 '일요서울'의 인터넷판 '데일리 선'은 10월 최씨의 주장을 근거로 '대상그룹 비자금의 전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주간지 '시사 IN'도 11월 26일 최씨와 인터뷰를 해 그의 주장을 내보냈다.

이에 대해 대상그룹 정영섭 홍보팀장은 "임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최씨가 먼저 정치권의 386 핵심 인사를 거론하며 로비를 해 주겠다고 접근했었다"며 "그에 따라 15억원을 최씨에게 준 것은 사실이지만 최씨가 그것을 실제로 로비에 썼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최씨가 올 봄부터 그 당시를 언급하며 돈을 더 달라고 협박해 왔다"며 "돈을 주지 않자 최근 인터넷 매체에 글을 올리고 언론사 등에 제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최씨는 브로커이고 임 회장의 경호 책임자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임창욱 회장은 2002년 219억원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2005년 구속됐다. 1심에서 징역 4년,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뒤 1년7개월을 복역했으며 올 2월 사면으로 풀려났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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